[밀물썰물] 오페라하우스 개관 작품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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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걸작이자 대작이다. 지금 이 시각 전 세계 어딘가의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웅장한 ‘개선행진곡’ 장면은 압권이다. 장대한 금관악기의 연주를 배경으로 코끼리·말 등 대형 동물을 앞세운 전승 행렬과 오페라 사상 최다 규모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군무가 환상적이다.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사이의 전쟁 이야기다. 이집트의 개선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가 된 패전국 공주 아이다 사이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시대를 초월해 인기를 얻고 있다.

오페라 ‘아이다’의 창작 과정은 이색적이다. 이집트가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로 주문 제작한 작품이어서다. ‘아이다’는 187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초연됐다. 이후 유럽과 북미 무대에 올려져 눈부신 성공을 거뒀고 전 세계적 흥행작의 반열에 올랐다. 당대 가장 성공적인 오페라 작곡가였던 베르디는 왜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었을까? 당시 이집트의 국왕 이스마일 파샤는 수에즈 운하의 개통에 맞춰 ‘케디비알 오페라하우스’ 개관도 함께 추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집트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기념비적인 창작 작품으로 개관식을 빛내고 싶었다. 운하와 오페라를 내세워 국력을 과시하려는 것이었다. 당대 최고의 작곡자는 처음에 거절하다가 시니리오에 감명을 받고는 수락했고 결국 명작을 남겼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두 번의 공사 중단 끝에 공법 논란을 마무리 짓고 곧 공사를 재개한다. 2026년 말 완공과 2027년 개관이라는 시간표가 정해졌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를 제작 중심 극장으로 운영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창작 오페라를 공모했는데 첫 당선작으로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의 삶을 다룬 ‘새야새야’가 선정됐다. 부산시는 선정작의 완성까지 지원을 하는 한편 후속 창작 오페라 공모도 계속한다. 이와는 별도로 유명 작곡자에 창작을 의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작품들에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정체성이 담길 것이다. 당연히 개관 기념 공연의 레퍼토리는 풍성해진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때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벌써 기대된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이 공연되는 곳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 성공은 한국형 오페라, 즉 K오페라의 산실을 지향할 때 가능할 것이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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