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 41%·GDP 42% 달해
가디언 "전례 없는 투표 축제"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관심
이란·러시아 독재 강화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메릴랜드주 국립보건원(NIH)을 방문한 모습(위)과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뉴햄프셔주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AFP연합뉴스

내년에 전 세계 40개가 넘는 국가가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이들 국가의 인구만 따지면 전 세계의 41%,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42%에 달한다.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시작으로 4월 한국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해 11월 미국 대선까지 세계에서 총 40번의 선거가 열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례 없는 투표 축제’라면서 미국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에 빗대 ‘민주주의의 슈퍼볼’로 명명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가 될 선거는 내년 11월 2명의 고령 후보가 경쟁하는 미국 대선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세계를 민주주의 진영과 독재 진영으로 나누면서 내년 대선이 이번 세대를 결정짓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국제 질서가 뒤집히고 이 시대의 균형추는 권위주의와 독재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축제라고 하기에는 위태로운 사정을 가진 나라들도 있다. 이란은 2020년 이후 4년 만인 내년 3월 1일 총선을 진행한다. 여성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의 성직자들을 몰아낸다면 민주주의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야당 후보자 중 25% 이상이 자격을 상실했고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보이콧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가디언은 “‘2024년 최강 가짜 선거’ 타이틀은 러시아에 돌아가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의 다섯 번 째 출마는 경쟁이라기보다는 제국의 대관식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국가는 대격변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진행되는 대만 정부 선거는 중국의 압박 국면에 중요 전환점이다.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이 다시 승리한다면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강화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미국과 역내 다른 동맹국들을 빠르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 인도에서도 내년 봄 총선이 열린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선은 야권 28개 정당의 연합인 인도국민개발포괄동맹(INDIA)에 의해 좌절될 수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30년간 장기 집권 중이지만, 이번에는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ANC는 사상 최악의 전력난과 높은 실업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 등으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 튀니지, 가나, 르완다, 나미비아, 모잠비크, 세네갈, 토고, 남수단이 선거를 치른다.

전쟁이 민주주의 절차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 봄 5년 임기가 끝난다. 계엄령에 따라 선거 절차는 중단된 상태지만, 내부 긴장과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는 안전판으로서 선거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전쟁이 내년까지 계속된다면 예정되지 않았던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 많은 국민들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전쟁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대중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핀란드에서 각각 선거가 있고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