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갑질 못 참아” 근절 조례 만드는 자치구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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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서류 요구·민원 주장 등
도 넘은 행태에 행정업무 차질
사하구, 최근 조례 발의 추진
동래·중구는 올해 시행 나서

일러스트=류지혜 기자 birdy@ 일러스트=류지혜 기자 birdy@

부산 지역 구의원들이 ‘갑질 논란’ 등 자질 부족으로 연이어 도마에 올랐다. 일부 의원의 경우 공무원을 향한 도를 넘은 행태로 행정 업무 차질까지 생길 정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되는 논란에 일부 자치구는 구의회 견제를 위해 ‘구의회 의원의 부당행위 근절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공무원 권익 조례까지 제정해서 보호해야 하는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근 사하구에서는 한 구의원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구의원 부당행위 근절 조례’ 발의가 추진 중이다. 사하구청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사하구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4일 A 의원과 ‘상호 존중과 대등한 관계 실현을 위한 면담’을 가진 후 관련 조례를 추진 중이다.

면담 자리는 사하구 공무원들이 A 의원 행태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마련됐다. 노조 등에 따르면 평소 A 의원은 사하구 공무원들을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서슴지 않아 원성이 높았다.

사하구청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이 하도 자주 드나들어 보통 A 의원실은 거의 항상 사람이 차 있을 정도”라며 “의원 개인 민원을 과도하게 주장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들을 수시로 호출하고 과도한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담당 공무원은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 눈물을 쏟아내며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부산 사하구청 전경. 부산 사하구청 전경.

사하구 공무원노조 측은 A 의원과 함께 면담 자리를 갖고 직원들의 고충을 전달했다. 사하구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마음을 다치는 직원들이 없도록 예방하고 의정활동에 성찰과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조례 발의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A 의원 측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아 아무런 입장을 듣지 못했다.

일선 자치구 의원의 갑질 논란이 잇따르면서 조례 제정의 필요성은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북구의회 의장은 자생단체가 여는 송년회에 초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없애겠다”는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밖에 구의원이 담당 공무원에게 수십~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 제출을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 경우 역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부산의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일선 구에서 갑질 행태가 드러난 것은, 감춰진 것에 비해 ‘새발의 피’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갑질 행태를 막고자 동래구와 중구는 올해부터 구의원 부당행위 근절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동래구의 경우 전국 최초로 지방의원의 직원에 대한 갑질 근절 조례를 제정해 지난 6월 시행했다. 중구 역시 지난 10월부터 관련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조례안에는 의원의 부당행위 금지 의무, 부당행위 신고 절차와 방법, 피해 직원 보호와 상담·지원에 관한 사항, 허위 신고에 대한 조치, 비밀유지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올해 부산 시내에서 구의원 부당행위 근절 조례를 시행하는 자치구가 나타나면서 향후 관련 조례 제정이 확산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부산의 한 구의회 사무국 직원은 “현재도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을 예방하는 홍보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공무원 조직 내에선 실효성을 두고 의문부호가 적지 않다”며 “관련 조례가 발의되고 실제 시행된다면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환기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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