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아껴 뭐하나" 여 원로 대다수 ‘한동훈 비대위’ 찬성
국힘 상임고문단 간담회 개최
"한 비대위장에 반대 거의 없어"
사실상 의견 수렴 마무리 단계
강한 수락 의지 보인 한 장관
22일 지명 후 추인 절차 전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내비친 상황에서 국민의힘 원로들도 20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한 당내 여론 수렴 과정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여서 주말까지는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지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고 새 지도체제 구성과 관련한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원로는 ‘한동훈 비대위’에 찬성했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거의 이의는 없는 것 같다”며 “지금 우리 당 상황이 (이순신 장군의)배 12척 남은 상황과 같다. 선거에서 진 다음에 (인재를)아껴서 무엇 하냐.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한 장관의 ‘등판’을 지지했다.
권철현 상임고문은 “‘검찰 독재,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에 대한) 문제, 일반 서민 대중들의 편이 돼주는 느낌을 줄 수 있겠느냐는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게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걱정하는 분도 있었지만,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안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상임고문단 자격으로 신영균 명예회장을 비롯해 유흥수·권철현·황우여·문희·최병국·신경식·목요상·김종하·김동욱·김용갑·이윤성·나오연·유준상 고문 등이 참석했다.
앞서 윤 권한대행은 중진연석회의(14일), 의원총회(15일),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18일)를 잇따라 열며 비대위 관련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비윤(비윤석열)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당정 관계 재정립 등 총선 승리를 위한 당 개혁 작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 장관 역시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지만, 정치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당에서)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다”라면서도 중국 작가 루쉰의 말을 빌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민주당에서 하는 것 같다. 전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대위원장직을 맡기에 약점으로 거론되는 두 가지 사안을 모두 반박하며 수락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상임고문단 간단회 이후 기자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오늘 사실상 의견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이 통과되고 나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21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된 직후인 22일께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지명해 추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