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노동자 사망 잇따르지만… 부산 중대재해법 위반 기소 1건 불과
29일 동래구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
28일 강서구 노동자 익사 등 ‘줄사고’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에 유명무실법”
새해를 앞두고 부산 지역 산업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노동계는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지난 29일 오전 9시께 동래구 수안동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에어컨 실외기 주변 도색 작업을 하던 40대 남성 A 씨가 추락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이 동료 노동자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A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추락한 14층은 42m 높이다.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인 A 씨는 추락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하청 업체는 “실외기 근처 도색 작업은 안전벨트 착용이 필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엔 오후 5시 40분께 강서구 한 공동주택 신축 현장에서 50대 노동자 A 씨가 작업 중 수심 4m의 지하 빗물저류조에 빠져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내용을 확인한 후 작업을 중지시켰다. 현재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2일 오전 7시 40분엔 해운대구 한 공원 녹지조성 현장에서 60대 A 씨가 트럭 위에서 하역작업을 하다 추락했다. 당시 A 씨는 트럭 위에서 크레인과 자재 포대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던 중 포대 위에서 중심을 잃어 약 1.2m 높이에서 추락했다. A 씨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지난 20일엔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상가에서 60대 경비원 A 씨가 설비를 관리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중 2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A 씨는 천장 내부에 전선을 담아두는 전기케이블 거치대 위 이물질을 제거하고자 사다리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성탄 전야인 지난 24일 밤 숨을 거뒀다.
이처럼 부산지역에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기업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노동청은 83건을 기소 의견 송치했으나 실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25건이다.
부산의 경우 기소 의견 송치 3건 중 기소 처분은 1건에 불과하다. 이마저 지난 21일 업체 대표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대 산업재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면 중대재해법이 무력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박수정 집행위원장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되더라도 검찰은 관행적으로 2년을 구형하고 판결에 가서 실제 형량은 반토막보다 더 줄어든다”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규제하는 중대재해법이 유명무실해져 산업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안전을 잘 지키는 기업에 지원금 등을 주는 당근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