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스킹 전략 세우고 선원 전문인력 양성해야"… 2024 해양수산 전망
해양산업협, 전문가 좌담회 개최
올해 글로벌 리스크 관리 강조
수산업도 올해 상황 악화 우려
"부채 급증, 외국인 의존도 높아"
“2023년은 회복, 2024년은 도약의 해입니다.”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안정호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부산일보사 4층에서 열린 ‘2023 오션이슈토크’에서 “그간 코로나19로 단절된 해외 네트워크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해양산업협회와 부산일보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해양·수산산업 전문가들이 ‘해양산업 2023 진단과 2024년 전망’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안 부회장은 지난해 해외 영업을 회복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에서 ‘해외로드쇼’를 열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선박관리포럼 등을 통해 선박관리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힘썼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새해에도 선원 인력 양성, 글로벌 이슈 대응 등 막중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수산 분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선박의 친환경·디지털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를 연료로 하는 초대형 선박이 시장에 등장한다”면서 “이러한 선박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적시에 양성해 적소에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첨단선박관리교육센터를 설립·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연구원 장하용 해양물류연구실장은 2023년 해양산업에 대해 “어려운 상황 속 더딘 회복을 보이거나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 실장은 “부산항 컨 물동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부산항 신항 서컨 자동화장비 시연회가 열리는 등 긍정적인 뉴스가 있었다”면서 “크루즈도 지난해 3월 부산항에 입항했지만, 아직 회복은 더딘 상태”라고 말했다.
2024년 대응전략으로는 ‘글로벌 리스크 관리’ ‘해양산업 고도화’ 등을 키워드로 꼽았다. 장 실장은 “이제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적절한 위기관리를 위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으로 가야 한다”면서 “더불어 AI, 배터리, 원자력발전 등 타 산업과 융합이 이뤄져야 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경대 김도훈 교수는 2023년 수산업에 대해 “경영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양식업의 경우 어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외국인에 대한 인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규범 강화, 탄소중립 등으로 원양어업의 생산량도 줄고 있다. 김 교수는 “2024년도 수입 수산물과의 시장 경쟁 치열, 식품안전성 우려 확대 등으로 상황이 더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젊은층의 수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가공식품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개발 사업 통합사업단의 홍춘범 단장도 참여해 국제 환경 규제의 변화, 대체연료 공급장치 개발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홍 단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 무탄소 선박연료인 암모니아 연료공급 장치의 국산화가 예상된다”면서 “국산 기자재의 경우 수입산 대비 경제성, 납품 시기, 유지보수에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기자재 국산화, 2024년 전망 등에 대해 대일 공경석 대표, 포코엔지니어링 김귀동 대표, 마린웍스 김용대 대표, 한국해운협회 부산사무소 김세현 소장 등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해양산업협회는 행사에 앞서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수산 기업인들에게 그간의 산업 동향과 향후 전망을 묻기도 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헬릭스마린 장원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력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해외 영업점이나 공장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경영 환경이)예년 수준으로 회복이 됐지만, 다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한TEC 임기택 대표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임대로 돌리는 업체가 많았다”면서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해양항만 쪽 중소기업들은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부관훼리㈜ 김정호 대표는 “중·대형, 단체로 나가던 여행의 패턴이 친구, 가족 등 소단위로 하는 개인형 패턴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코로나19 전에 비해 경영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시절 각종 지원이 뚝 끊겨 회복이 더딘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어려운 상황 속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바라는 목소리도 컸다. ㈜대일 공경석 대표는 “수산 기자재의 경우 제도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보니, 정부 지원이 없다”면서 “더 심각한 것은 무자격 제품이 난무해 많은 어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선박물류㈜ 정지훈 사장은 “항만 물류에서 고박업은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지만, 국가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면서 “업무 특성상 빈번한 산업 재해로 사법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아이윌㈜ 정삼영 대표는 “어구 생산뿐 아니라 선용품, 수리 업계 등이 외상거래가 70%에 달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관련 부처에서 정확한 조사로 실태를 파악해 필요한 지원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타라인 추연우 대표는 “실제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설문도 하고 다각도로 방법을 찾아주면 좋은데, (정부와 지자체의)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2024년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포코엔지니어링 김귀동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일본의 오염수 배출 문제 등으로 수산물 소비가 세계적으로 많이 줄고 있고, 이로 인해 선박회사들의 재무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동광무역상사㈜ 이상훈 회장도 “(내년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금융이든 직수출·수입이든 우리가 소통하고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뚫고 나가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