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다시 찾은 울산의 겨울손님 ‘독수리’, 확 줄어든 까닭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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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0마리 목격…작년보다 270마리 줄어
조류 전문가 “기후변화·먹이 부족 등이 원인”
시민단체, ‘독수리 식당’ 차리고 먹이원 공급
울산시, 독수리 등 활용해 ‘조류 사파리’ 추진

긴 날개를 쭉 펴고 하늘을 활공하는 독수리. 울산시 제공 긴 날개를 쭉 펴고 하늘을 활공하는 독수리. 울산시 제공

겨울을 나기 위해 울산을 찾아 온 독수리가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들판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겨울을 나기 위해 울산을 찾아 온 독수리가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들판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겨울을 나기 위해 울산을 찾아 온 독수리가 까마귀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울산시 제공 겨울을 나기 위해 울산을 찾아 온 독수리가 까마귀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울산시 제공


해마다 울산을 찾는 겨울 철새 독수리가 기후변화와 먹잇감 부족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243호 독수리는 여름에는 몽골, 중국 동남부 등에서 살다가 겨울철 북풍 한파를 타고 무려 3400km를 날아 한반도로 날아온다. 날개를 펴면 한쪽 날개가 70~90cm에 달하고 우리나라를 찾는 조류 중 가장 큰 새다.

7일 녹색에너지포럼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2월 초 겨울을 나기 위해 울산으로 온 독수리들은 현재 울주군 무학산과 사연댐 일원 등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에 온 독수리는 대부분 한, 두 살짜리 어린 개체로, 성체는 몽골에서 겨울을 지내고 남하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 울산에는 약 70마리 독수리가 내려온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지난해 약 340마리보다 270마리가량 줄어든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해마다 2000~2500마리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는 “서식지인 북쪽의 기온이 추울수록 남쪽으로 많이 내려오고, 반대로 따뜻한 기운이 유지되면 비교적 적게 내려온다”며 “예전보다 도시 환경이 나아지면서 동물 사체 같은 먹이가 부족해 진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독수리는 일반적인 검독수리와 달리 사냥능력이 거의 없어 까마귀와 같이 동물의 사체를 먹는다. 월동지인 한반도에도 먹이가 턱없이 부족해지자 독수리들이 밧줄, 노끈, 스티로폼 등을 먹이로 착각해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보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녹색에너지포럼은 멸종위기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월동 시기에 맞춰 ‘독수리식당’을 운영, 생닭과 소고기 비계 등 겨울철 먹이원을 공급하고 있다.

녹색에너지포럼은 또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매주 토요일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공원에서 ‘시민과학 독수리학교’를 개교한다.

녹색에너지포럼 황인석 사무국장은 “울산을 찾는 독수리는 겁이 많고 순한데 시민들이 잘 몰라 쫓아내기도 한다”며 “생태도시 울산에 찾아온 독수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독수리와 떼까마귀 등 울산을 찾는 철새를 활용한 ‘조류 사파리’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독수리와 까마귀가 먹이를 놓고 다투는 장면 등은 자연환경이 뛰어난 울산이 아니면 보기 힘들다”며 “철새 보호에 힘쓰고 생태문화 관광도시의 핵심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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