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의회, 인사권 갈등·의장 패싱에 ‘두 동강’
시, 의회사무국 4명 전보 인사
민주 시의원들, 시장 규탄 회견
“집행부의 예의 없는 보복 조치”
국힘 의원들 “의장 독단 탓” 맞불
의장 배제, 시장과 인사 합의도
속보=의회 사무국 인사권을 둘러싼 경남 통영시와 시의회 간 갈등(부산일보 2023년 12월 29일 자 12면 보도 등)이 점입가경이다. 집행부의 선 넘은 보복 조치에 참다못한 야당 시의원들까지 여당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정작 여당 시의원들은 되레 의장 힘 빼기에 나서 비판을 자초했다.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혜경, 배윤주, 정광호, 최미선 의원은 지난 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천영기 통영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제9대 통영시의회와 민선 8기가 구성된 지 1년 6개월 만에 시장의 갑질과 횡포가 도를 넘는 수준까지 왔다”면서 최근 불거진 인사권 갈등 문제를 짚었다.
특히 집행부 소속으로 의회사무국에서 일하던 공무직 3명과 청원경찰 1명을 철수시킨 지난 1일 자 통영시 전보 명령에 대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된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사는 앞선 ‘인사운영 협약 종료’ 통보에 따른 첫 후속 조치다. 해당 협약은 작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시장에서 의장에게 이양된 지방의회 사무국 인사권을 보조하기 위해 체결됐다. 직원이 적고 자체 예산도 없는 기초의회가 당장 인사권을 행사하기는 역부족이라 집행부와 인사 교류 근거를 마련하고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각종 지원 방안도 담았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시의회가 5급 1명, 8급 1명에 대한 자체 승진 인사 결과를 발표하자 “사전 협의 없이 사무국 인사를 추진했다”며 협약 파기를 선언했다. 특히 시는 인사 교류 중단과 함께 사무국에서 필요한 인력은 자체 충원하고 직장 어린이집, 구내식당을 비롯해 종합 건강검진비 지원 등 관리 업무를 더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예산권이 없는 의회가 독자 운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야당 의원들은 “몰상식과 갑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태”라며 “반성하고, 시정하고, 자중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갈등 책임을 의장 탓으로 돌렸다. 이날 민주당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국민의힘 김태균, 김희자, 노성진, 박상준, 배도수, 신철기, 조필규 의원은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천영기 시장을 여러 번 찾아 의회 운영 차질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면서 “천 시장은 의회를 존중해 오는 7월 1일 자 인사에서 복귀시킨 인원을 다시 시의회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7월은 후반기 의장단이 새로 선출되는 시점이다. 현 의장이 물러나면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과정에 당사자인 의장은 배제됐다. 노골적인 ‘의장 패싱’에 김미옥 의장은 참담함을 토로했다. 그는 “인사권을 행사하는 의장도 모르는 합의가 말이 되느냐.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고 언성을 높였다.
통영시와 시의회는 작년 이맘때도 사무국장(4급) 승진을 놓고 충돌했다. 그러나 이번엔 시가 파견직 철수를 강행하면서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에 협치는 고사하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왜 항상 부끄러움은 시민 몫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