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구급차도 못 들어가는 아파트가 있다?
지하 주차장 승강기 없고, 입구 앞은 놀이터
고령 주민 3층 계단에 한숨, 80m 우회
“구급차가 입구 못 찾아 헤맨 게 세 번이나”
LH “당시 설계 기준 등에 적합하게 준공
출입구 개설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답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행한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에 유사시 구급차조차 쉽게 진입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장애인과 고령의 입주민들이 많은 데도 LH 측이 장기간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의창구 봉림동에 위치한 창원봉림휴먼시아 206동 주민대책위원회는 9일 이 아파트 206동 앞 어린이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아파트 입구가 놀이터와 공원에 막혀 구급차조차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주장했다. 이들은 “차량들은 50여 m 떨어진 놀이터 외곽에 주차한 뒤 걸어서 입구로 이동해야 한다”며 “LH는 부실 설계를 사과하고, 출입구를 즉각 개설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설계 오류로 지어진 아파트 입구 때문에 주민들이 12년째 고통받고 있다”면서 “구급차가 손쉽게 입구로 진입할 수 없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파트”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어 방문자들이 입구를 찾아 헤매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차장에서 206동 입구 인근까지 연결되는 폭 1.5m의 계단은 3층 정도 높이라서 고령의 주민이 오르내리기 어렵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아예 이용도 못해 80m를 돌아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폭우라도 오는 날엔 불편이 더욱 가중된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구급차조차 입구를 못 찾아 헤맨 적이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긴급 출동한 구급차가 206동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맨 일이 세 번이나 있다”고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위급한 상황에서 구급차가 골든타임을 넘어 도착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요즘엔 소방에서도 이 아파트 206동 사정을 알고 있어 어린이놀이터 앞에 설치된 볼라드를 해체하고 진입, 입구 앞까지 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층이라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 공기업인 LH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지 않는 행태는 우려를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출입구 개설을 촉구했다.
반면 LH에서는 요즘 추세와 맞진 않지만, 아파트 설계 당시 건설 기준에는 적합하게 지어진 것이라 해명했다. 10여년 전엔 주차장과 세대가 바로 연결되는 건설 형태가 자리잡기 전이었다는 게 LH측 설명이다.
LH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과거 건설 기준뿐만 아니라 LH 기준에도 적합하게 설계돼 인허가가 난 후 준공됐다”면서 “요즘과 비교하면 불편하다고 하겠지만, 그 시대·시점마다 시방·건축 기준이 변화되다 보니 상황에 맞춰 건축되곤 한다”고 했다.
이어 “입구 앞 놀이터도 딱 그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게 아니지만, 설계자가 전체적인 면적과 배치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놀이터 이전도 검토했으나 차로 이격거리 등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주민 요구사항인 출입구 개설에 대해선 “아파트 동 구조를 완전히 뜯어내는 공사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창원시 의창구 창원봉림휴먼시아 2단지는 2011년 7월 입주를 시작해 전체 9개동 589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문제가 불거진 206동엔 90세대가 살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