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햇반컵반, "국산 쌀 사용 늘리겠다" 약속 어디로… 1년 넘게 수입쌀 사용
2022년 국정감사서 햇반 컵반 등 수입쌀 사용 지적
당시 CJ제일제당 임형찬 부사장 "국산쌀 대체 검토할 것"
고물가 상황, 국내쌀 전환시 소비자 비용 상승 우려도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서 수입산 쌀을 쓴다는 정치권과 농민단체의 지적을 받은 CJ제일제당의 햇반 컵반 등 즉석식품들이 국내산 쌀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J측은 당시 지목된 상품들에 대해 “국내산 쌀 사용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입산 쌀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년 3개월 전 논란 빚은 ’햇반 컵반 BIG’ 7종, 지금도 외국산·미국산 사용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농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상품 라인업은 CJ제일제당의 ‘햇반컵반 BIG’(빅)’ 상품들이다.
밥 위에 토핑과 소스를 비벼 먹는 햇반컵반에서 밥과 토핑 양을 30% 가량 늘려 2021년 4월 출시했는데, 지난해 3월부터 원재료를 국내산 멥쌀에서 미국산으로 바꿨다. 국내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쌀 가격은 지난 2021년 7월 20kg당 5만 9000원대에서 2022년 4만 원 중후반대로 폭락한 상태에서 수입산으로 바꾸자 논란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은 1년 3개월이 지난 현재 여전히 수입산 쌀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J 자사몰 ‘씨제이더마켓’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산 쌀로 바꾼 BIG 상품들인 치킨마요·치즈닭갈비·스팸마요·김치날치·스팸김치·간장삼겹·김치삼겹 등 7종은 현재도 외국산·미국산 쌀을 쓴 제품이 팔리고 있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국내산 쌀로 검토해 대체해 나가겠다”는 CJ가 검토만 하고 실제 국내산 쌀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CJ 컵반 원료에 0%이던 수입쌀 비중이 20%대 중반까지 상승하면서 농민이 설 곳을 잃게 됐다”는 전국 쌀생산자협회의 요구가 빗발쳤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이원택·안호영 의원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즉석밥 제품에 국산쌀을 써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임형찬 부사장은 “수입살과 특성 차이로 인해 컵반 제품에 수입쌀을 쓰고 있지만,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 국산쌀로 대체해 갈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장과 저희들의 쌀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 계약재배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국감장에 나선 오뚜기는 국내 유통 상품은 국내산 쌀만 쓴다고 답변했고, 오리온농협도 수입산 쌀을 쓸 계획이 없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이 수입산으로 바꾸지 않은 이유는 국내산 쌀과 비교해 수입산 쌀이 통상적으로 30~40% 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산을 포함한 수입산 쌀은 1kg당 약 550원으로, 국산 정부미 등과 비교해도 50% 이상 저렴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국제 쌀 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미국쌀(칼로스)의 평균 월별 수출금액은 2022년 1톤당 1434달러에서 지난해 1~10월 1650달러로 올랐다. 20kg 기준 약 32.5달러(4만 2800원) 수준이다. 반면 국내 도매시장에서 쌀 20kg은 같은 기간 4만 원대 후반~5만원 대 초반대에 거래됐다.
■지역 쌀 농가 “어려운 국내 농가 소득증대 위해 국산 써야”
그러나 국내산 쌀 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해 20% 이상 폭락한데다 국내쌀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상품에 쓰는 쌀을 미국산·외국산으로 유통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역 농가에서는 국내산 쌀 가격이 최근 수년간 하락한데다 농가에서는 우리나라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국내 쌀 농가 소득증대를 위해 국내산 쌀을 전면적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8년 61kg에서 2022년 56.7kg로 줄었다.
CJ 등 식품업계에서는 “국내산 쌀로 바꾸면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항변해왔다. 실제 대부분의 햇반과 컵반 제품들은 국내산 쌀을 쓰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CJ의 수입쌀 비중은 약 3%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국내 1위 식품사업자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국내 쌀값 폭락에도 햇반 가격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햇반 가격은 2021년 2월 7%에 이어 2022년 3월 8% 인상됐다.
CJ의 국내 햇반 점유율이 66~67%에 이르는 만큼 "원재료 가격과 관련없는 독과점 폐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CJ는 당시 “햇반에서 국내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미만이고, 포장비용과 연료비, 인건비 등의 비중이 크다”고 해명했다.
한편 CJ제일제당 측은 햇반 제품에 국산쌀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주력제품인 햇반 맨밥(흰쌀밥)은 출시부터 지금까지 국산쌀만 사용하고 있다. 맨밥 판매량은 매년 증가해 국산쌀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컵반은 2022년 국감 당시 수입쌀을 사용하던 제품이 23종에서 10종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며 "김치삼겹 등 일부 제품은 단종하고 현재 재고량이 시중에 판매중"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