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문화도시재단 설립 추진… 부산 기초지자체에 부는 ‘문화 바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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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 문화도시 선정 계기 추진
남구·영도구도 유사 기관 추진 중

부산 수영구청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 수영구청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문화 정책을 담당하는 재단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문화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주민들에게 적극적인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별도 기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수영구청은 최근 문화도시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는 수영구가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에 따른 후속 절차다. 수영구청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수영구 문화도시재단을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달 수영구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은 각종 문화 사업으로 문화 균형 발전과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문화도시로 선정된 수영구는 4년 동안 2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수영구청은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문화도시 사업을 전문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 재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몇 년마다 보직을 순환하는 공무원의 업무 특성상 문화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영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현재는 부산시와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재단 설립까지 통상 1년 6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별도 기관이 없을 경우 외부 상황에 따라 문화 정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경험한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구청 내부 정책 우선 순위에서 문화가 뒤로 밀리거나 예산, 인력 축소와 같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재단 설립이 예산 사용에 있어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 외부에서 공모 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할 때도 문화 담당 재단이 있는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경대 설훈구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구청은 1년 단위로 예산을 집행하기에 연말이 되면 돈 쓰기에 급급해진다. 반면 문화재단 같은 곳은 비교적 장기적 관점을 갖고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며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할 때도 별도 재단을 갖추고 있는 지자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여러 이유로 문화재단을 준비하고 있다. 남구는 수년 전부터 문화재단 설립을 목표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오은택 남구청장이 문화재단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바다 넘어 ‘예술의 섬, 영도’라 불리는 영도구도 영도문화도시재단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도구청은 영도문화도시센터가 하던 역할을 대신할 영도문화도시재단 신설을 추진했지만, 이를 위한 용역 예산이 구의회에서 삭감된 바 있다. 영도구청은 올해 추경에 관련 용역 예산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성급한 재단 설립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재단 설립에 만만찮은 예산이 투입되기에 신중하게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산대 오창호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충분한 계획이 없으면 재단이 구청 업무의 대리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구청과 재단이 조화롭게 업무를 분장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과 선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계획이 반영되어야 궁극적으로 재단 설립이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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