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결전지 카타르 입성…‘난적’ 이란 ‘숙적’ 일본 격파하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 이란, 결승 일본전 가능성
우승 위해 양대 고비 넘어야
'캡틴' 손흥민이 키플레이어
15일 저녁 바레인과 첫 경기
아시안컵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번엔 ‘종이호랑이’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클리스만호가 10일 오후(현지시간) 결전지인 카타르에 입성했다.
12일 막을 올리는 2023 아시안컵에서 태극전사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우승’이다. 한국은 1956년 첫 대회(홍콩)와 1960년 한국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서 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한 이후 60년이 넘도록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준우승(1972·1980·1988·2015년)과 3위(1964·2000·2007·2011년)를 4차례씩 기록하는 데 그쳤다. 1~3회 대회는 4개국만 참가하는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된 우승 경험은 없는 셈이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아시안컵은 2004년 레바논 대회부터 16개국 참가로 확대됐고,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때 24개국 경쟁 체제가 갖춰졌다.
태극전사들이 아시안컵에서 힘을 못 쓰는 사이 라이벌 일본은 4차례(1992·2000·2004·2011년)나 정상에 올랐다. 최근 대회에서 한국은 2015년 연장전 끝에 호주에 우승컵을 내줬고, 2019년에는 카타르에 일격을 당해 8강에서 탈락했다.
중국이 코로나19 때문에 개최를 포기하면서 해를 넘겨 열리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은 어느 대회보다 태극전사들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 생제르맹)·김민재(바이에른 뮌헨)·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 ‘빅리거’가 모두 합류했고, 오현규(셀틱)·조규성(미트윌란)·황인범(즈베즈다)·이재성(마인츠)까지 더해 26명 중 11명이 유럽파여서 역대 최고 전력이란 평가다. 해외 언론과 베팅업체도 일본과 함께 한국을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E조에 속한 한국은 15일 바레인(86위), 20일 요르단(87위), 25일 말레이시아(130위·이상 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와 차례로 격돌한다.
피파 랭킹은 물론 역대 전적에서도 바레인(11승 4무 1패)·요르단(3승 2무)·말레이시아(26승 12무 8패) 모두 한국과 전력 차가 크다. 최약체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 김판곤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는 점 정도가 관심 거리다.
우리나라가 조별리그 이후 16강부터 토너먼트전을 펼쳐 우승의 숙원을 이루려면 이란과 일본 양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전략상 8강전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은 역대 전적에서 10승 10무 13패, 아시안컵 본선도 3승 1무 3패로 호각세인 ‘난적’이다. 다만 지난 4경기 이란과 A매치에서 무패(1승 3무)를 기록하는 등 최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한국이 중동의 모래바람을 넘어 결승에 진출한다면 ‘숙적’ 일본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 등 미드필더진을 자랑하는 일본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일본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뒤 준결승전에서 호주 혹은 사우디를 격파할 경우 결승에서 우리나라와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시안컵 결승에서 다툰 적은 없고, 2011년 준결승에서 한 차례 만났다. 당시 한국은 120분 동안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 끝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일본과 상대 전적에서 46승 23무 16패로 앞서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최근에는 2021년 3월 평가전(일본 요코하마)과 2022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일본 나고야)에서 연이어 0-3으로 패했다.
두 팀이 유럽파까지 모두 포함한 ‘최정예’로 맞붙은 건 지난 2011년 한국이 0-3으로 패한 ‘삿포로 참사’가 마지막이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만난다면, 13년 만에 역대급 한일 매치가 성사되는 셈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일본을 만날 경우 ‘캡틴’ 손흥민이 키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최근 이란과 2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활약했고, 한일전 A매치는 한 번도 뛴 적이 없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