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딸기 실종 미스터리···전말 밝혀지나
한림면 농가 8곳서 1900kg 도난
수차례 걸쳐 범인 직접 따 간 흔적
모종 그대로 두고 딸기만 가져가
“농사 잘 아는 사람 소행” 추측도
경남 김해시 농가에서 대량의 딸기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범죄 수법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한 달간 하우스 10여 동을 돌며 범행을 이어갔지만 용의자를 목격한 사람조차 없는 상태다.
16일 한림면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시산리와 가동리 일대 농장 8곳, 시설하우스 11개 동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딸기 총 1900kg이 사라졌다.
매년 수확시기 때마다 일어난 일이지만 딸기 가격이 ‘금값’인 올해는 유난히 피해가 크다. 특히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틀간 도난 피해가 집중됐다.
특이한 점은 범인이 모종은 망치지 않고 수확을 앞둔 잘 익은 딸기만 골라 가져갔다는 점이다. 하우스 내부 재배시설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를 연유로 도난을 감지한 농장주들은 범인 잡기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한림파출소에 이야기는 했지만 신고 접수를 하지 않은 것이다.
피해농장 관계자는 “혹시 신고하면 딸기만 따 가는 게 아니라 재배시설까지 파괴할까봐 걱정이 됐다”며 “컴컴한 때에 일이 일어났고 밭이 넓어 범인을 잡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신고했다가 보복 당하면 어쩌나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범인은 농사를 잘 아는 사람일 거다. 내일이 특정 농가의 출하일이면 오늘 밤에 가져가고 없다. 딸기가 익은 동과 출하 시기를 아는 사람”이라며 “딸기는 하루만 지나면 뭉개진다. 파는 곳도 확보해 뒀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구 짓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일부 농장주들은 딸기를 도난당하지 않기 위해 밤새 딸기밭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김해서부경찰서는 피해자 탐문을 통해 범행 시간 등을 확인하고 있다. CCTV 검색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소득은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한 달간 12회 이상 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17일께 피해자 조사가 끝나면 피해 현황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