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버리는 놈 따로, 치우는 놈 따로?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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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 / 이수경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 표지.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 표지.

환경 문제, 기후 문제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미 환경을 망칠 만큼 망친 덕분에 먹고살 만해진 사람들이 여전히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하는 ‘선비질’이라고. 수백 년간 탄소를 배출한 선진국들이 이제 와 뒤늦게 산업화에 힘쓰며 탄소를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는다. 기술과 자본이 넉넉한 강자들이야 여러 환경 규제를 감수할 여력이 많아 친환경주의자인 척 할 수 있겠지만, 약자들의 경우 미래 세대를 걱정하기엔 당장 현재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

그러나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을 읽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 환경 파괴의 주범이었던 이른바 강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약자보다 더 많은 환경 파괴를 일삼고 있다. 쓰레기 밀도 1위인 서울은 면적당 페기물 발생량은 쓰레기 밀도 2위인 부산에 비해도 단위면적당 4배 가까이 많이 배출한다. 2020년 한국 1인당 탄소배출량 평균은 12.7톤CO₂eq이지만, 정작 상위 10%의 1인당 배출량은 48.9톤CO₂eq, 상위 1%는 151.1톤CO₂eq이나 된다. 단위 CO₂eq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여러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표시한 것이다.

게다가 환경 파괴의 피해는 오히려 약자의 몫이다. 쓰레기 밀도 1위인 서울의 경우 정작 쓰레기 최종 처분은 다른 지역에 미룬 탓에 폐기물 자립도는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낮다. 결국 재난도 불평등하다. 저자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불평등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의 불평등 구조 해소만으로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그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점은 알겠다. 이수경 지음/궁리/340쪽/2만 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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