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란 생각으로 뛰겠다” KCC 라건아, 태극마크 마지막 불꽃 태울까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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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감독 통해 대표팀 의지 밝혀
국내 선수들 ‘마음가짐’에 쓴소리도
“한국 농구 위하는 마음 참 고마워”

올 시즌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이 경기 도중 라건아를 격려하고 있다. KBL 제공 올 시즌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이 경기 도중 라건아를 격려하고 있다. KBL 제공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골밑 대들보 역할을 해온 ‘특별 귀화 선수’ 라건아(부산 KCC)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국가를 대표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사실상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듯했던 라건아가 대표팀을 도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KCC 전창진 감독은 지난 17일 DB와 홈 경기 전 인터뷰에서 라건아 선수의 대표팀 승선 의지를 언급했다. 전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 기간에 건아와 식사를 했는데 대표팀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땐 몸이 안 좋았고, 제대로 활약하지 못해 팬들에게 너무 죄송했는데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합류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라건아의 의지와 발언 수위는 전 감독도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전 감독은 “건아가 ‘국내 선수들도 전쟁이라 생각하고 대표팀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마음적으로 열심히 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안 들어오는 게 낫다’고 강하게 메시지를 남기더라”며 “이런 부분이 건아가 조금씩 변화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대표팀에 더 이상 안 갈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며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한국 농구를 위해 다시 한 번 해보겠다는 그 마음이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 고마웠다”고 칭찬했다.

한국 남자농구는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8강전에서 중국에 패하며 최종 7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주전 센터 라건아를 비롯해 선수들 대부분이 부진했다. 소속팀 KCC로 돌아와서도 시즌 초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라건아는 최근 들어 컨디션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이날 DB와 맞대결에서 KCC는 3점 차로 분패했지만, 라건아는 장염 증세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28점 15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2018년 체육분야 우수인재로 한국 국적을 얻은 라건아는 이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 아시아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맹활약했다. 농구계에 따르면 특별귀화를 통한 라건아의 대표팀 합류는 별도 수당을 받되 대표팀 차출에 응하는 전제 조건이 있다. 프로농구 소속팀과 국가대표팀·KBL까지 엮인 ‘4자 계약’ 관계로, KCC와 계약 기간은 올 5월까지다.

한편, 안준호 감독·서동철 코치 체제의 남자농구 대표팀은 조만간 명단을 발표하고, 다음 달 22일 호주를 상대로 2025 FIBA 아시아컵 예선(윈도우1)을 치른다.

지난 시즌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이 경기 도중 라건아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KBL 제공 지난 시즌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이 경기 도중 라건아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KBL 제공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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