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중진 내치고 초선엔 재선 보장한 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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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공천 룰에 중진·신인 불만 목소리
동일지역 3선 이상 PK 8명 ‘정밀 타깃’
중진보다 감점 기준 낮은 초선엔 유리
인지도 낮은 신인에겐 생색용 가산점
‘존재감 없는 초선’ 논란 더 악화할 수도

제22대 총선 부산 해운대갑 예비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박지형 변호사와 더불어민주당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 국민의힘 전성하(왼쪽부터) 전 부산시투자유치협력관이 17일 해운대구청에서 함께 주민 인사를 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박지형 변호사 페이스북 제22대 총선 부산 해운대갑 예비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박지형 변호사와 더불어민주당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 국민의힘 전성하(왼쪽부터) 전 부산시투자유치협력관이 17일 해운대구청에서 함께 주민 인사를 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박지형 변호사 페이스북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비율을 축소하는 대신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중진의 ‘경선 교체’에 방점을 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룰’을 둘러싼 논란이 18일에도 지속됐다.

특히 경선 득표율에서 최대 35%까지 감산 페널티를 받을 수 있는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 22명 중 8명(36%)이 몰린 부산·울산·경남(PK)의 반응이 격렬하다. “TK(대구·경북)도 2명 밖에 없다. 사실상 PK 중진이 ‘정밀 타깃’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PK 여당의 경우 4년 전 대대적인 ‘중진 물갈이’로 지역 내 선수 균형이 무너지고, 빈 자리를 채운 초선들의 경쟁력이 문제라는 지적이 내내 제기돼왔는데, 이번 공천 시스템에서는 이 문제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관위가 지난 16일 의결한 공천 룰에 따르면 PK 현역(29명)은 강원(7명), 서울 송파구(1명)과 3권역으로 묶여 컷오프 되는 3명(교체지수 평가 하위 10%이하)을 제외하고 모두 경선 트랙에 오른다.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산 받는 ‘하위 10% 초과~30% 이하’는 모두 8명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은 기존 15% 감산을 더해 35% 감산을 받는다. 양자 경선에서 60% 이상을 득표해야 승리가 가능하다. 여권 관계자는 “원외 도전자의 가점을 감안하면 65% 이상 받아야 하는데, 아무리 현역이라도 상당히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PK 중진 8명이 모두 20% 감점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공관위가 컷오프 비율이 낮다는 여론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하위권으로 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진들의 반발은 이날에도 이어졌다. 한 부산 중진 측근은 “영남, 특히 PK에도 상대적인 ‘험지’가 있고, 이런 지역은 의원이 개인기로 야당 바람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라며 “단지 오래 됐다는 이유로 일괄 페널티를 준다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 중진은 “당무감사나 당 기여도 평가 비중이 높아서 당이 공천을 주려고 하는 후보에게 줄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다선 간 형평성 문제도 지적한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에만 감점이 적용돼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번갈아 역임한 지역 맹주나 중간에 지역구를 옮긴 거물급 올드보이들은 오히려 편하게 경선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진에 비해 감점 기준이 크게 낮은 초선 지역구 원외 도전자들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 신인 출마자는 “부산 예비후보 단톡방이 있는데, 공천 룰이 공개되고 나서 불만으로 시끄러웠다”면서 “현역 컷오프 비율이 너무 낮고, 초선들에겐 재선을 보장해주는 룰”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신인은 “여성·신인 가산점은 ‘퍼센트’로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인지도가 달리는 대다수 신인에겐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PK와 TK 여당의 경우 4년 전 총선에서 3선 이상 중진들을 중심으로 각각 58%, 64%의 현역을 교체하면서 초선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상태다. 그렇다 보니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다선이나 ‘허리’에 해당하는 재선이 없어 지역 현안에 대한 대응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급하게 차출된 초선들은 ‘존재감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내내 떼내지 못하면서 ‘선수 균형’이 지역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거론돼왔다. 부산의 한 여권 인사는 “현재 룰 대로라면 선수 불균형은 22대에도 반복될 수 있다”며 “공관위가 ‘제3지대’ 변수 등을 감안해 고심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후보 경쟁력은 덜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이날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컷오프 비율이 낮다는 지적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천심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207명의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안을 의결했다. 당원 명부 확인 권한을 지닌 당협위원장이 자리를 유지할 경우 경선 당원 투표 시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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