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꼬이게 만드는 임혁백 ‘2중 화법’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임혁백 “3선·OB·586 감점 없다”면서도 “솔선수범해 자리 내주는 게 어떻겠나”
친문 불출마 주장엔 “일고의 가치 없다”면서 “검찰 정권 탄생 기여, 책임 느껴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전략’과 관련, 임혁백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의 ‘2중 화법’을 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공천관리위원장 간담회에서 임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전략’과 관련, 임혁백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의 ‘2중 화법’을 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공천관리위원장 간담회에서 임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전략’과 관련, 당내에서 엇갈린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과 비명, 올드보이(OB)와 신인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총선 전략이 흐려졌다. 특히 임혁백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의 ‘2중 화법’이 이런 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임 위원장의 2중 화법은 ‘3선·OB·586 감점’ 문제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3선·OB·586’에 대해 “감점 주는 등의 규정을 세울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분들 가운데는 당과 나라를 위해 출마를 해야 할 분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도덕경의 ‘지지불태(멈출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를 언급하며 자발적 용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불출마를 선언한 3선의 김민기 의원을 거론하며 “김 의원이 솔선수범한 것처럼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바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일부 친명계가 주장한 친문(친문재인)계 불출마에 대해서도 2중 화법을 사용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 불출마 주장에 대해 “일고의 여지도,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지금의 검찰 정권 탄생에 기여한 분이 있다면 그분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3선·OB·586·친문’에게 공천시스템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면서도 자발적 용퇴를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런 전략은 ‘동일지역 3선 이상 일괄 감점’ 등을 통해 ‘물갈이’를 부각시킨 국민의힘 공관위와 대비된다. 선명하지 않은 민주당의 공천 전략은 여야 ‘개혁 공천’ 홍보 경쟁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3선·OB·586·친문계에선 임 위원장이 자신들을 옹호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민주당 OB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임 위원장이) 586 용퇴니 오비 퇴진이니 하는 것은 기준이 아니라고 못 박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문제는 더 이상 이슈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원장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왜 문재인 정부에서 비서실장·장관했다고 물러가야 되느냐”며 “임 위원장도 그러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특정 세력이 특정 세력을 배격하는 형태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임 위원장도 그런 의미로 (지지불태를) 이야기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선 ‘물갈이’ 압박을 계속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인 ‘블루웨이브’에는 “국민과 당원은 혁신을 외치며 민주당의 물갈이를 바란다”는 등의 주장이 올라왔다. 이들은 “기득권 수박(배신자)들은 통합을 외치며 또 한번 국회의원 해먹으려 든다”면서 “지금은 협치가 아닌 혁신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엇갈리는 주장이 계속되면서 향후 공관위가 공천 결과를 발표하면 계파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