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vs 인터넷은행, ‘1000조 주담대’ 두고 격돌
주담대 갈아타기 출시 후 경쟁 치열
시중은행, 이자 지원하고 금리 낮추고
카카오뱅크, 연 3%대 금리 앞세워 영업
“인터넷銀, 중·저신용자 신경 써야” 지적도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1000조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두고 맞붙었다. 규모가 훨씬 큰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지난해 3% 늘어났지만, 인터넷은행은 같은 기간 잔액 증가율이 7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달 시작된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 이후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모두 낮은 금리를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 올 한해 혈투가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신청받은 주담대 갈아타기 규모는 1조 60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건수는 총 9271건으로 평균 신청액은 1억 7000만 원 수준이었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한 푼의 이자라도 아끼려는 차주들이 늘어나며 대환대출 경쟁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더 많은 주담대를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는 물론 대출금리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은 이달 31일까지 이벤트에 응모하고, 3월 21일까지 대출 갈아타기를 완료한 모든 고객에게 첫 달 대출 이자를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선착순 2000명에게 최대 7만 5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준다. 특히 신규 주담대의 최저 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의 금리를 주담대 갈아타기에 제공하는 은행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정 은행에 대한 갈아타기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은행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9~18일 가장 많은 주담대 갈아타기를 유치한 은행(약 8700억 원)과 가장 적게 유치한 은행(약 600억 원) 사이의 격차는 15배에 달했다.
인터넷은행들도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에서 낮은 금리를 내세워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먼저 인터넷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대환 최저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3.495%로 4대 은행의 최저금리(3.68∼3.706%)보다 낮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대환대출 인프라 시행 첫날부터 고객이 몰려 신청 접수가 사실상 일시 중단된 상태다. 토스뱅크의 경우 아직 주담대 상품 출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주담대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연내 주담대 출시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은행이 주담대 확대를 주목한 것은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주담대는 신용대출과 비교했을 때 담보가 있어 부실 가능성이 작은 데다, 대출 금액은 상대적으로 커 이자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주담대(전월세 대출 포함)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6조 63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말(15조 5928억 원)과 비교해 70.8%(11조 455억 원) 늘어난 규모로, 같은 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잔액이 3.3%(13조 6023억 원) 증가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이 1년 새 8조 158억 원 증가해 전체 증가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대출 공급이라는 본래 인가 취지를 외면하고 주담대 확대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양 의원은 “출범 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