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줄어든 희망퇴직 처우, 임피자 빼고 아무도 안 나갔다
BNK부산은행이 지난해 희망 퇴직 대상자 접수를 받은 결과 올해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만 56세 직원 이외 희망 퇴직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매년 인적 쇄신, 인력 적체 해소 등의 목적으로 희망 퇴직을 진행하는데,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 속에 긴축에 돌입하면서 위로금 성격인 희망 퇴직금 조건이 열악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희망 퇴직자 감소의 영향으로 당장 올해 채용 시장까지 여파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자로 진행된 은행 희망 퇴직은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1968년생 18명만이 퇴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희망 퇴직의 경우 68명이 희망 퇴직을 신청했고 이중 당시 임금피크제 대상자(1967년생)는 8명이었고 대상자가 아닌 직원은 60명이었다. 2021년 말에는 전체 희망 퇴직 신청자 149명 중 임금피크제 대상자(1966년생)는 35명,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아닌 직원은 114명에 달했다. 희망 퇴직을 신청한 직원 중 과거 임금피크제 대상자 이외 직원이 더 많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 임금피크제 대상자 외에 희망 퇴직자가 없었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초 사내 공지를 통해 희망 퇴직자 접수 공고를 냈다. 희망 퇴직 조건으로 1968년생은 월 평균 임금 29개월 치, 1969년생부터 1973년생까지는 임금 27개월치가 지급이 제시됐다. 지난해와 제작년은 보상금 성격의 퇴직금을 직전 임금 32~42개월까지 년차에 따라 보장한 것과 비교하면 조건이 열악해진 것이다.
다른 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9일자로 674명이 희망 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713명이던 지난해와 비교해 39명 줄었다. 앞서 지난달 희망 퇴직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작년보다 각각 154명과 121명 감소한 234명과 372명이 짐을 쌌다. 5대 은행 중 3곳(국민·신한·농협)의 올해 희망퇴직자는 128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594명과 300여 명이 줄었다. 국민은행은 작년엔 23~35개월 치 급여를 일시에 특별 퇴직금으로 줬는데 올해는 18~31개월 치로 4~5개월분이 줄였다. 희망 퇴직 대상자도 지난해와 같은 1972년생까지로 유지했다.
부산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 이외 희망 퇴직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조직 내부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존보다 낮은 희망 퇴직 처우에 신청자가 줄어들 것은 예상했지만 희망 퇴직자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것은 예상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희망 퇴직을 통해 사실상의 인력 감축을 포함한 일정 부분 구조조정 성격의 조직 재편을 진행하는데 일각에서는 올해 신규 인력 채용에도 희망 퇴직 결과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50명을 신규 채용했고 제작년의 경우 84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는 2년간 이뤄진 희망 퇴직 규모의 절반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은 작년 상반기 1500여 명, 하반기 1000여 명 등 총 2500여 명을 새로 채용했다. 지난해 희망 퇴직자 수 2513 명과 비슷한 규모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규 채용 규모 등은 정해진 바가 없고 향후 인력 운용 등을 살펴서 결정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