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경찰서 ‘모시는 날 ’ 논란… 부산경찰청 감찰 착수
간부 A 씨 갑질 신고 접수
30여 명 조사, 실태 파악 중
부산 한 경찰서에서 하위직 경찰 공무원이 상사에게 밥을 대접하는 일명 ‘모시는 날’ 관련 갑질 신고가 접수돼 부산경찰청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은 북부경찰서 간부 공무원 A 씨가 하급 직원에게 일명 ‘모시는 날’ 대접을 받아왔다는 내용 등의 갑질 신고가 접수돼 감찰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북부경찰서 해당 과 인원 30여 명을 조사하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신고자는 북부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A 씨가 부원들에게 일명 ‘모시는 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모시는 날’은 지자체 하위부서에서 돌아가며 과장, 국장 등 4~5급 상급자에게 식사를 접대한 후, 200만 원 남짓 버는 7~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 그 식사비용을 지불하는 관행이다. 상급자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월급을 받는 하급 공무원들이 상급자의 식사비를 부담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공직사회의 오랜 악습으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조사를 받은 직원 30여 명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절반은 ‘같이 식사를 했고, 문제가 있는지는 모호한 부분도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나머지는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일’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모시는 날’을 비롯한 A 씨의 갑질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 관계자는 “조사에 응한 직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분분해 갑질 여부 등을 단정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정확한 갑질 제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익명 제보였던 만큼 악의성과 음해성 투서 여부도 면밀히 살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사에 응한 북부경찰서 직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감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모시는 날’ 문제는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 금정구청은 한 간부 공무원이 ‘모시는 날’ 대접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신고를 받고 감사에 나섰다.
전북경찰청은 일부 경찰 간부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대접받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임병숙 전북경찰청장은 지난 16일 상사 식사를 챙기는 불합리한 문화나 관행이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