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연 핵심 부서 돌연 대전행… 지역사회 “또 뒤통수 맞나” 부글
지방시대위 심의 무시 이전 추진
과거에도 몰래 옮긴 선례 반발 커
다른 기관 유사 상황 발생 가능성도
경남도·진주시, 청와대 등 건의문
경남진주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이하 국기연) 일부 부서가 돌연 대전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사회와 전혀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이전이라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22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경남혁신도시 공공기관인 국기연은 올 상반기에 1개 부서를 대전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부서는 총 3개팀으로 신입 채용 인원까지 포함하면 49명 규모다. 국기연 진주 본소 직원이 340명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14%가 한꺼번에 넘어가는 셈이다.
국기연은 경남진주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 부설기관으로, 2021년 1월 1일 진주에 설립됐다. 전국 방위산업체 30% 정도가 경남에 밀집돼 있고 국기연이 신설된 것이 아닌 이전 공공기관에서 분리됐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설립 3년 만에 이번에는 핵심 연구부서가 대전으로 옮겨갈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역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혁신도시법 제4조 제4항에는 이전 공공기관이 지방이전계획을 수립·변경할 경우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번 부서 이전의 경우 심의·승인은커녕, 경남도나 진주시 모두 아예 인지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졌다. 진주시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우연찮게 부서 이전 움직임을 확인했다. 지방이전계획을 변경할 경우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알려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불합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기연은 상위기관인 방위사업청 결정에 따라 부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전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인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발표 후 방산혁신클러스터가 구축되는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향후 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해 방산 관련 연구시설 집적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국기연은 현재 혁신도시 내 임대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사무공간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국기연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일부 부서를 옮기는 게 적절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도 “혁신도시법의 경우 수도권에 조직을 신설하거나 인원을 늘리는 것은 지방이전계획 변경 대상에 해당되지만 비수도권으로의 이전은 변경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역 반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국기연의 부서 이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기연은 2022년 5월에도 혁신기술연구부 1개 부서 2개팀 30명을 이전시켰다. 당시에도 지역이 인지하지 못한 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채용 인원에 이번 이전 사례까지 포함하면 80명에서 100명 정도가 대전으로 소리소문 없이 넘어간 셈이다. 진주시로선 당시에는 정부 방침상 어쩔수없다는 국기연의 입장을 수용했지만 이번 추가 이전은 사실상 뒷통수를 치는 행위로 보고있다.
앞으로도 유사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당장 국기연 다른 부서가 옮겨갈 수도 있고, 다른 공공기관이 부서 이전에 나설 수도 있다. 지역을 넘어 전국 모든 혁신도시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러한 부서 이전은 나쁜 전례를 만들 수 있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지역이 아닌 대도시 근무를 선호한다. 수도권이 아니기 때문에 부서 이전을 허용한다면 다른 공공기관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부서를 이전해도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된다.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태”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와 진주시, 지역 단체들은 이번 주부터 방위사업청 등 관련기관을 항의 방문하는 한편, 청와대와 국회 등에 건의문도 전달할 방침이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