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vs 한’ 강대강 충돌… 총선 앞 여권 대혼돈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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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 위원장 사퇴 요구
한동훈 “할 일 하겠다” 완주 천명
당 리더십 흔드는 무리수 지적
전면전 확전·수습 여부 불투명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2대 총선을 앞둔 여권이 대혼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가 본질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총선 승리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만큼 국민 여론의 흐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억울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여론몰이를 통해 한 위원장의 거취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집권세력은 이미 두 차례나 당 대표(이준석·김기현)를 찍어내기 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 사퇴를 강제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 위원장은 22일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 보고 나선 일, 할 일 하겠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사퇴 요구를 재차 일축하며 당헌·당규에 6개월로 정해진 ‘비대위원장 완주’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검사 시절부터 오랫동안 윤 대통령을 직속상관으로 모셨고, 현 정부가 출범하자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여겨진 그가 사실상 ‘정치적 독립’을 선언한 셈이다.

여당의 전반적인 기류도 한 위원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이 궐위되면 후임을 임명할 방법도 당헌·당규상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무리하게 당의 리더십 공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또 ‘공천 개입도 안 하겠다’는 대통령실이 공당의 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정을 비운 채 정국 운영을 위한 숙고에 들어갔다. 공식 일정으로 잡혀있던 5번째 민생토론회에도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신년 초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부처별 업무 보고를 겸한 국민과의 토론회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해 직접 진행까지 하며 애착을 보였던 만큼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을 불참 이유로 들었지만 한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할지, 봉합 국면으로 수그러들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기로 했다. 이제 차분하게 수습해야 할 단계”라고 내부 기류를 전달했다. 당대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윤 대통령이 당무를 넘어서 총선에 개입한다는 의구심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윤석열)계 주도로 의원총회 등을 열어 한 위원장의 사퇴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신년 기자회견이나 언론사 인터뷰 등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밝히며 사태를 봉합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인 김 여사 문제가 일단락되지 않을 경우 당대 간 긴장이 언제든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편한 동거’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하며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거취 문제가 확전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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