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 홀대' 비판 의식? 민주당 첫 공약에 '부산' 담았다 (종합)
23일 경제 분야 정강정책 공개
사하을 출마 유력 이재성 연설
전국 유일 부산 관련 공약 제안
전세계 e스포츠 성지 조성 계획
치매 예방·관리 거점센터 설립
악재로 하락한 지지율 만회 목적
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첫 정강정책 연설자로 서부산 출마 의사를 밝힌 2호 영입인재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나선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과 관련한 공약이 구체적으로 담긴다. 이재명 대표가 연말연초 부산을 찾아 표심 확보에 나섰지만 KDB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침묵, 피습 후 이송 과정에서 불거진 지방 홀대 논란 등으로 민심이 요동치면서 이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2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제산업 분야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민주당 1호 정강정책은 23일 공개된다. 정강정책 방송연설은 공직선거법(137조2)에 따라 선거 90일 전부터 TV와 라디오 별로 월 2회씩 할 수 있는 연설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밝히는 자리다. 통상 정당 대표나 그가 지명한 자가 할 수 있는데 통상 후보자나 선대위 관계자, 당내 의원들이 해왔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4.10 총선 첫 정강정책 연설은 이 전 전무가 맡았다. 그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넘나드는 4차 산업전문가이자 혁신경제의 리더로 꼽히는 인물로 지난달 14일 비례대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서부산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힌 바 있다. 사하을 출마가 유력하다.
정강정책에는 윤석열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 등에 대한 비판 외에도 민주당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주목되는 대목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에 대한 구체적 공약이 담겼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을 e스포츠 성지로’라는 기치 아래에 세계적 명소가 될 ‘e스포츠 레전드 선수 기념관’과 ‘e스포츠 박물관’을 부산에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구상은 2029년 개항 예정인 가덕신공항에서 착안했다. 정부가 가덕신공항을 중심으로 철도, 항만 등과 연계(트라이포트)를 통해 물류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한 축인 여객을 담당하기 위해 부산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민주당에 따르면,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는 2029년에는 세계 e스포츠 인구는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일부 지역에 ‘치매 예방·관리, 인지기능 향상 디지털 프로그램 거점센터’ 설립하는 내용도 담겼다. 치매 예방 거점센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치매 예방 조기 및 주기적 검진’과 ‘고령자의 인지기능 저하 방지’를 위한 디지털 프로그램의 체계적 개발, 그 효과의 통합적 검증, 국내 보급과 수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첫 정강정책 발표에 특정 지역을 겨냥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은 이례적이다. 전국 선거에서 자칫 타 지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통상 원론적인 비전이나 대략적인 방향성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은 이 대표 피습 후 부산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과 지난 2일 두 차례나 부산을 찾으며 총선을 앞두고 부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지역 최대 현안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다수당 대표로서 관련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침묵해 지역의 질타를 받았다. 이어 3주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을 때는 피습을 당해 동정 여론이 일 법도 했지만 서울 헬기 이송, ‘잘하는 병원’ 등의 지방 의료 기관 비하 논란이 불거지며 정쟁화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까닭에 ‘김건희 특검법’ ‘명품 가방’ 논란 등 잇따른 여권의 악재에도 역대 선거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부산에서 좀처럼 반등세를 기록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대표 피습 일주일여가 지난 8~12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포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에서는 거대 양당 부울경 지지율이 15.8%P(국민의힘 50.2%, 민주당 34.4%)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