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국 가야의 명품을 만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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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등재 관심 고조
김해박물관 전시실 전면 개편
멋스럽고 역동적인 모습 전시


가야 유적에서 나온 말의 갑옷과 투구는 당시 철기를 만드는 가야의 기술이 최고였음을 알려 준다.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가야 유적에서 나온 말의 갑옷과 투구는 당시 철기를 만드는 가야의 기술이 최고였음을 알려 준다.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지난해 9월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제4의 제국’ 가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국립김해박물관이 23일부터 상설전시실을 전면 리모델링해 ‘세계유산 가야’로 새롭게 문을 연다. 2021년부터 준비기간을 거쳐 2022년에 2층, 이번에 1층을 재개관하면서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양성혁 학예연구실장은 “최신 가야 문화 연구 성과와 발굴자료를 반영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장벽 없는(barrier free) 관람 동선으로 개선했다. 또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박물관 환경을 마련하고자 면진시스템 진열장을 적용해 전시품 및 관람객 안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해 대성동 고분에서는 재갈, 발걸이, 장식용 말갖춤을 볼 수 있다. 김해 대성동 고분에서는 재갈, 발걸이, 장식용 말갖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말 갑옷 등 3723점이 출품됐다. 말 갑옷은 말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말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쇠를 다루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철기 문화의 발전을 보여 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1층 ‘가야로 가는 길’에서는 구석기-신석기-청동기시대 등 가야 이전 사람들의 삶과 문화부터 시작해 가야의 흥망성쇠를 4부로 나눠 시간순으로 소개한다. 3부 ‘가야의 발전’에서는 금관가야의 중추 세력인 김해 대성동 유적과 유물을 중심으로 아라가야, 대가야의 발전상을 보여 주는 고분 출토 유물을 선보인다. 4부 ‘신라 세력의 확산’에서는 신라식 금공품(金工品)과 토기의 확산을 통해 가야에서 신라의 지방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잔 아랫부분에 흙구슬이 든 방울잔. 잔 아랫부분에 흙구슬이 든 방울잔.

전시관 2층 ‘가야와 가야 사람들’은 가야 문화를 5개의 주제별로 살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5부 ‘다양한 빛깔을 담은 가야의 멋’에서 소개된 가야 사람들이 애용하던 다양한 장신구가 눈길을 끈다. 유리 목걸이, 금동관, 금귀걸이, 허리띠 고리, 허리띠 꾸미개, 발찌 등은 가야인의 멋을 잘 드러내는 명품이라고 부를 만하다. 가야인들은 수정, 호박, 마노 등 보석과 유리, 금속으로 장신구를 만들었다. 잔 아랫부분에 흙구슬이 든 방울잔도 신통방통하다. 흔들 때마다 들리는 청아한 소리는 당시 가야인들의 술맛을 배가시켰을 것임에 틀림없다.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목선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목선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가야의 진정한 가치는 마지막 9부 ‘해상왕국, 가야’에서 잘 드러난다. 이곳은 가야인들이 주변 국가와 물길을 통해서 교류하며 공존하던 역동적인 모습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대표적 유물로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전체 길이가 8~15m로 추정되는 목선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이 나무 조각은 금관가야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국제교류를 활발하게 했다는 사실을 보여다. 몸체는 녹나무, 쐐기는 삼나무, 노는 상수리나무로 만들었다. 큰 배를 본뜬 배모양토기도 매우 흥미롭다. 배모양토기는 지금까지 모두 큰 강이나 바다에 가까운 유적에서 나왔다.

김민철 학예연구사는 “배모양토기는 주전자 역할을 했다. 이 토기를 만든 이유는 해상세력인 가야인들이 교역을 하기 위해서는 배가 제일 중요해서 배를 만들지 않았을까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해상 교역망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낙동강 하구와 연안 일대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외래 문물이 발견되어 당시 발전된 가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 주고 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배모양토기. 배모양토기.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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