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과학소설 “인간은 자신을 넘어서려는 존재”
신호철 소설가 장편 ‘호모 위버멘쉬’
과학 니체철학 섞어 인간본질 추구
<호모 위버멘쉬>(문이당)는 부산발(發) 장편 과학소설이다.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부산 문단 신호철 소설가의 작품이고, 간혹 영도·벡스코가 장소로 등장한다. 작가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양자역학에 매료돼 있다고 한다.
<호모 위버멘쉬>는 과학과 철학을 뒤섞고 있는데 역시 니체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위버멘쉬(초인)’는 니체 개념이다. ‘호모 위버멘쉬’는 ‘인간은 자신을 넘어선 존재가 아니라, 넘어서려는 존재’라는 인간에 대한 나름의 정의다. 니체도 “인간은 짐승과 위버멘쉬의 외줄 위에 서서 위버멘쉬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했다.
소설은 새로운 단계의 실험으로 조직배양 기술에 의해 ‘배양육’이 판매되는 가까운 미래를 펼친다. 그런데 이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자가면역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다. 또 동시에 ‘다른 종류의 유전자 변이’에 의해서는 그 자가면역질환에 맞서는 면역이 형성되는 희한한 일이 생기게 된다. 인간이 예측하지 못한 부정적·긍정적 현상이 동시에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은 이런 국면에서 교수 한 명을 내세워 ‘위버멘쉬 철학’을 선언한다.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우연 같지만 실은 생명체의 필연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우주에서 우연을 가장해서 필연적으로 생명체가 생겨난 것과 똑같은 이치로, 우연에 의해 생명체의 필연적 목적인 ‘위대한 창조’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우주를 창조할 힘을 가진 존재를 신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그 힘의 또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만만하고 호락호락할 리 없다. 소설에서는 2개의 함정을 파놓는다. 첫째는 면역 형성에 의해 자가면역질환이 치료되는 이들에게 후유증이 남는데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과 비슷한 외모가 된다는 것이다. 이 달라진 외모를 순수 인간, 위버멘쉬라면서 진화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후각을 이용해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악행이 몰래 자행되는데 그 악행 때문에 결국 살인사건도 벌어진다.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 진화가 치명적으로 결점투성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의 위대한 창조는 자기 유전자를 다르게 변형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데서 찾아야 하는데, 소설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위버멘쉬라면 좀 더 인간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니냐?” “깨놓고 말해서 수만 년 인류 역사에서 사람끼리 평등한 적이 있었나?” 사람끼리의 평등, 그것을 이뤄내는 것이 진정한 위버멘쉬일 수 있다는 것일 테다.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위버멘쉬 운운인가, 라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인간은 ‘늘 미진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원래부터 자신에게 없는 뭔가를 찾아 헤매는 족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늘 미진하고 불확실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의 마지막 희망이 사랑이다. 소설 마지막 부분의 한 대목. ‘짜르르한 전율과 함께 말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그를 휘감았다.’ 주관적일지라도 거기서 진정한 사랑도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진정 사랑한다면 신의 얼굴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소설적 실감과 더불어 복잡한 개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깔끔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과학소설의 여전한 과제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