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사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 삶의 큰 원동력이죠”
황두현 울산소방본부 소방장
12년째 울산 남구복지관 급식 봉사
골목길 청소반장 ‘집게아저씨’ 별명
헌혈 105회 적십자 명예장도 받아
울산소방본부 특수대응단 소속 13년 차 황두현(38·소방장) 소방관은 평일 화재와 각종 재난현장을 누비다가 휴일이면 어김없이 경로식당으로 향한다.
어르신 점심 식사를 보조하고 잔반 치우고 말벗도 해드리고 나면 3~4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을 처음 찾은 때는 2013년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 탓인지 식당에 들어서는 황 소방관에게 어르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두현이 왔냐”며 아들처럼 대했다.
봉사 초기 젊은 소방관이 휴일마다 어디 놀러 가지도 않고 어르신들 수저 챙기는 모습이 기특해 보인 걸까. 나이가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어르신이 많았다.
어르신들이 알음알음 중매를 섰고, 황 소방관은 경로식당에 어머니를 따라 배식 봉사를 오던 어여쁜 아가씨를 소개받았다. “장모님이 아내를 데리고 배식 봉사를 하러 경로식당에 자주 왔는데 (어르신들이) 제 칭찬을 입이 닳도록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숫기 없는 청년은 2019년 선물 같은 아내와 그렇게 평생의 짝을 맺었다.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황 소방관은 2008년 육군 제대 후 문득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에는 매일 오전 5~6시 인적 드문 시간을 골라 동네 골목을 청소하고 다녔다. 집에서 가지고 나온 비닐봉지가 금세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로 찼다.
그 일이 습관이 돼 지금도 비번 날에는 5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캔,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를 가득 주워 와 아파트 수거장에 버린다. 동네에선 그를 ‘집게 아저씨’ ‘황봉사’로 부른다.
황 소방관은 대학 시절에도 봉사동아리를 다니며 노인복지센터 배식 보조나 차량 운행 등을 도왔다. 2012년에는 시각장애인 축구팀에 비장애인 골키퍼로 참여해 전국체전에서 동메달도 땄다.
봉사가 체질이랄까? 대학 졸업 후에는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희생정신없이는 할 수 없는 소방관을 천직으로 택했다. 황 소방관은 “타인에게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이 뭘까 찾다가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됐다”며 “고된 직업이지만 누구보다 직업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울산소방본부 소속 직할구조대로 2019년 염포부두 선박 폭발사고, 2020년 삼환아르누보 화재현장, 2022년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사고 등 대형·특수 재난사고 구조·지원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또 전문성을 더 높이려고 인명구조사 1급, 화학대응능력 1급 등 전문자격증까지 땄다.
대학 때부터 틈틈이 한 헌혈은 올해 105회까지 늘었다. 지난해 4월 대한적십자사는 황 소방관에게 헌혈 100회 명예장을 수여했다. 황 소방관은 “헌혈을 자주 하는 소방관 선배가 ‘생명을 살리는 값진 취미’라고 한 말이 유난히 가슴에 와닿았다”며 “내 건강도 챙기고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도 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소방관은 이제 봉사가 삶의 일부가 됐다는 말한다. 그는 “봉사는 중독인 것 같다. 봉사를 할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과 보람이 느껴지고 그러한 감정은 삶의 큰 원동력이 됐다”며 “소방관으로서, 한 시민으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