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근로시간 '최장', 위태로운 부산항 보안
인천항, 올해 4조 2교대 도입
4대 항만 근로 여건 개선 추세
부산항, 3조 2교대 유지 '열악'
보안 사고 늘며 개선 목소리
"보안체계 일원화도 추진해야"
국가중요시설인 부산항이 경비 인력의 업무 시간이 너무 길어 밀입국 등 항만 보안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항만마다 제각각인 경비 업무 형태와 처우를 단계적으로 일원화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항만보안업계에 따르면 인천항의 경비를 맡는 인천항보안공사가 이달부터 4조 2교대 도입을 위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4조 3교대보다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4조 2교대는 근로자가 주간, 야간, 휴일 2번을 4일 또는 8일 주기로 반복하는 방식으로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로써 청원경찰만 있는 부산항보안공사(BPS)와 여수광양항만관리 특수경비를 제외하면 국내 4대 항만(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의 보안 업체는 모두 4조 2교대가 자리 잡았다. 각 항만은 대부분 항만공사가 세운 자회사가 보안 업무를 따로 맡는다. 예컨대 부산항만공사 자회사인 BPS는 부산지역 41곳 항만 중 부산항만공사가 운영하는 4곳을 포함해 총 12곳의 보안을 책임진다. 예외로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일부 항만의 경비를 본사에서 직접 채용한 청원경찰에 맡긴다.
항만보안업계는 4조 2교대로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BPS는 여전히 근무 강도가 높은 3조 2교대를 유지하고 있다. 3조 2교대는 주간, 야간, 휴일을 3일 주기로 반복해 일하는 방식이다. 4조 3교대, 4조 2교대 등 다른 방식보다 업무 시간이 길다. 실제 BPS 근로자의 월평균 업무 시간은 203시간으로 4대 항만 보안 근로자 중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BPS 노조는 과도한 근무 시간이 업무 집중도와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며 4조 2교대 전환을 촉구했다. BPS 노조 최명헌 사무국장은 “특히 항만보안은 밀입국이나 테러를 막기 위한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업무 피로도가 높은데 현재 3조 2교대 방식은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젊은 인력이 줄지어 퇴사하지만, BPS는 부산항만공사에 불용예산을 전액 환수당하는 등 경영자율권이 없는 탓에 인원 충원조차 제때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은 국가중요시설이지만 관리 주체별로 보안을 맡게 돼 있어 운영 체계와 처우 등이 다르다. 또한 항만 보안 업무는 중요성과 형태가 대체로 비슷함에도 국가직 청원경찰, 비국가직 청원경찰, 정규직 특수경비원, 무기계약직 특수경비원 등 근로자 형태가 제각각이다. 이로 인해 항만 경비의 효율이 떨어지고 보안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항만 보안 사고는 2019년 1건에서 2022년 11건으로 느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도 항만 경비 일원화 등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해 왔다. 최근 공개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연구를 담당한 한국능률협회는 전국 213곳 항만 시설의 보안 주체가 지방해수청, 항만공사 자회사, 민간 운영사 등으로 분산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통합 자회사로 보안 일원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여기에는 BPS가 근무 형태를 4조 2교대로 개선하고 인천·울산·여수광양항은 용역 계약 방식을 표준화하는 등 구체적 방안이 포함됐다. 또 협회는 “보안료를 현실화해 비용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단계적 일원화로 근로자 사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BPS 노조는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오는 25일 해수부와 면담을 갖고 국회에 관련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