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임산부 더해 아동·노인까지… 이젠 ‘가족 배려 주차 구역’
동래구 공영주차장 4곳 비롯
임산부 전용서 대상 확대 운영
부산에서 여성과 임산부를 넘어 노인과 아동을 함께 배려하는 주차 구역이 확대하는 추세다. 공영주차장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을 ‘가족 배려 주차 구역’으로 대체하거나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동래구청은 이달부터 4개 공영주차장에 지정한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을 ‘가족 배려 주차 구역’으로 전환했다고 23일 밝혔다. 금강공원 5면, 사적공원 5면, 명장동 4면, 온천2동 1면 등 4개 공영주차장 15면이 대상이다. 주차면 721면 중 2% 정도에 해당한다.
가족 배려 주차 구역은 임산부뿐 아니라 노인, 영유아, 이동이 불편한 사람과 동반자를 위한 구간이다. 사각이 없는 밝은 위치, 주차장 출입구·승강기·계단과 가까운 곳, CCTV 감시가 쉽고 통행이 잦은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동래구 가족 배려 주차장 픽토그램(그림 문자)에는 기존 임산부에다 지팡이를 든 노인, 아이를 안은 사람 모양이 추가됐다. 색깔도 분홍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동래구의회는 지난해 9월 조례를 개정해 ‘가족 배려 주차 구역’이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올해 가족 배려 주차 구역은 부산 곳곳에 늘어날 전망이다. 공영주차장에 여성·임산부 전용 구역이 없던 지자체도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연제구청은 연산동 금련 2면, 과정 1면, 황금로 1면 등 3개 공영주차장 4면을 포함해 총 10면 정도를 새롭게 만들 예정이다.
부산진구청도 가족 배려 주차 구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6개 공영주차장 357면, 2개 부설 주차장 443면 등 총 800면 중 최대 10%인 80면까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진구청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에서 반응이 좋아 구의회에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변화의 바람은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 대구 수성구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구, 송파구, 종로구 등 많은 지자체가 ‘여성 우선 주차 구역’을 ‘가족 배려 주차 구역’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아동과 노인까지 배려하는 적합한 정책이라는 호평도 나온다. 여성만 약자로 규정한 ‘여성 전용 구역’을 폐지하는 게 성평등에 부합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가족 배려 구역은 실효성과 취지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여성 전용 구역을 설치한 근원적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 김지원(27) 씨는 “취지는 좋으나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구간이 된다”며 “따로 배려 구역을 설정하는 게 큰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