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가족 접견 때 “압색 전 방 치워놨어야” 원망
“성의 보이려 억지로 반성문 적어야겠다”
검찰, 가족과 접견 당시 녹취록 증거로 제시
과외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정유정(24)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가족 접견 녹취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해당 녹취록에는 정유정이 감형을 위해 반성문을 작성했다거나 압수수색 당시 자신의 방을 치우지 않았던 친할아버지를 나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고법 2-3 형사부 심리로 24일 열린 정유정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50분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피해자(26) 집에서 흉기를 111차례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경남 양산 낙동강변 인근에 유기했다.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인명을 경시하는 범행을 자행한 데다 살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뒤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고 범행 수법도 잔혹했다”며 “또한 피고인은 범행 후에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개전의 정도 없어 사형 선고로 재범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정유정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근거로 그가 구치소에서 가족과 접견한 녹취록을 새 증거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녹취록에는 할아버지에게 ‘억지로라도 성의를 보이려고 반성문을 적어야겠다’ ‘경찰의 압수수색 전에 미리 방을 치워놨어야지’라며 원망하는 모습, 범행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임을 알고 감형 사유를 고민하는 정유정의 말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유정 측은 1심의 형이 너무 과하다며 양형 부당의 이유로 항소했고, 1심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는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유정 변호인은 “정신과 치료 자료를 제출했지만, 이 사건 범행에 있어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며 “다만 피고인의 과잉 행동 등에 대해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양형 자료로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에서 녹취파일 중 일부분을 재생하는 증거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유정 변호인은 “가족 간의 사적인 대화를 하는 만큼 비공개로 증거 조사를 해달라”며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유정 측은 피해자 합의나 공탁금 제출도 검토 중이라는 의향도 내비쳤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8일에 열린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정유정에게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