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기부’ 관정 이종환 설립 삼영산업, 직원 130명 전원 해고
경영악화 이유로 누적 부채 245억 원
노조 “퇴직금 16억 원 등 지급해주길”
1조 원을 기부한 고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회사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갑자기 전 직원을 해고해 근로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현재 회사가 확보한 퇴직금은 지급해야 할 금액의 절반에 그쳐 직원들의 근심이 더욱 깊다.
삼영산업 노조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에 본사와 공장을 둔 타일제조업체 삼영산업이 지난 15일 자로 전 직원 130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유는 경영악화로 올 1월 기준 누적 회사 부채는 2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0년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해 수시로 기부한 금액이 20여 년간 1조원 을 기부했다. 현재 재단 재산은 시가 추정액으로 1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재단은 그동안 임대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국내외 학생들에게 2700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이러한 선행 뒤에 발생한 전 직원 해고 사태여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김해시 등에 따르면 이미 경영 위기에 놓여 있던 삼영산업은 창업주인 이 회장이 지난해 9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그해 12월 1일 전면 휴업하게 됐다. 자녀들이 지분 상속을 포기해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진 것이다.
서무현 삼영산업 노조위원장은 “다음 달 초 지급될 이번 달 급여분 2억 6000만 원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퇴직금 총 32억 원 중 회사가 확보하지 못한 16억 원에 대한 처리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 노조위원장은 “해고가 될 거라는 사실을 인지한 게 지난 9일이라 당황스럽다. 갑자기 엄동설한에 나앉게 됐다”면서 “오는 30일 경남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다음 달 서울 관저이종환교육재단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후 대책이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사측은 총무팀 등 필수 근무 인력만 출근하며 퇴직금 마련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