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유진 남부운전면허시험장 단장

‘의식주통’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의식주만큼이나 교통이 인간 생활의 중요한 네 가지 기본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다. 의식주를 위하여 옷과 음식, 주택이 필요하듯이 교통에는 운전면허증 취득이 중요하다. 한번 취득하게 되면 음주운전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10년 동안 면허가 보장된다. 하지만 10년에 한 번은 꼭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서 운전면허증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매년 연말이면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 운전면허시험장에 민원인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적성검사는 10년에 한 번 면허취득일을 기준으로 당해 1년으로 검사 기간이 정해져 있어 매년 연말이면 12월 한 달에 전체 민원인의 50%가 몰리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다.

적성검사 유효기간이 1년이라 휴가 기간이나 언제든지 올 수도 있지만, 최대한 늦추었다가 12월 31일에 가장 많은 민원인이 시험장으로 와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며 애꿎은 민원 담당관에게 화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연말에 시험장에 온 사람들은 번호표를 뽑고 최소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을 하염없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적성검사 제도의 문제점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다. 그렇게 면허증 재발급을 하고 가면 또 10년이 지나야 시험장을 찾을 것이기에 적성검사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2024년 갑진년에는 남부시험장 관내 적성검사 대상자가 14만 7000명이다. 2023년 수검자 9만 1008명에 비해 62% 정도 적성검사 인원이 증가했다. 연중 고르게 분산하여 방문하면 월 1만 2000명 정도의 민원인이 시험장에서 적성검사를 할 수 있다. 하루에 최대 600명의 민원인이 시험장을 방문한다. 더하여 신규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은 하루 200명 정도 된다. 면허시험장은 연중 가장 많은 민원인이 방문하는 공공기관이다.

운전면허증 적성검사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간이 지나면 면허가 취소된다. 의식주통에서 통이 사라져 버린다. 현대인의 생활에서는 악몽이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운전면허증을 지갑에서 꺼내어 확인하면 본인의 적성검사 기간이 명시되어 있다. 2024년이 적성검사 기간이라면 도로교통공단 안전운전통합민원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실명인증을 하고 방문 예약 서비스를 클릭하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온라인 적성검사도 가능하다. 2월까지 온라인으로 적성검사를 받는 이들에게는 10% 할인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제 면허시험장도 예약하고 오면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다. 연말이면 예약이 안 될 수도 있다. 지금 하면 10분이지만 연말이면 2시간이 되는 것이 운전면허 적성검사다. 예약하고 10분 만에 적성검사를 받는 현명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