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면직 통보… 부산 신협 ‘이상한 징계’
2021년부터 지속적 괴롭힘·폭언
노동위 '부당' 판정 무시, 면직 결정
"10년 전 손실 완료된 건으로 징계"
한 임원, 직원 계좌 무단 열람 송치
최근 부산의 한 신용협동조합 임원이 직원 은행 계좌를 80여 차례 무단으로 열람(부산닷컴 1월 25일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해당 직원이 한 임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결국 징계면직 당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2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협 직원 A 씨는 지난 11일 이사회로부터 징계면직 처분과 3000만 원을 변상하라는 내용이 담긴 징계처분 통보서를 받았다. △2014년도 금융사고 관련 허위 보고·보고 지연 △IT 전산업체 결제 대금 미정산 등이 징계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는 징계면직 조치가 부당하다는 A 씨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노동위 관계자는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 23조에 의거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그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은 2022년 11월 A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부산일보 2023년 4월 6일 자 10면 보도)를 내놓았다. 노동청은 △사업장 개선지도 △향후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재발 방지 등을 권고했다. 노동청은 해당 신협 임원 B 씨가 A 씨를 대상으로 2021년부터 △아침 조회 배제 △출퇴근 여부 전화로 직접 보고 △퇴근 직전 야근 명령 등을 사내에 지시한 것으로 봤다. A 씨를 향해 폭언 등을 한 것도 확인됐다. B 씨는 2022년 8월 A 씨의 은행 계좌를 사전 동의 없이 86회 무단으로 열람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달 A 씨는 사내 이사회로부터 지시사항 불이행, 명령 불복종 등으로 감봉 6개월 처분을 받았다. 2019년 자산 재평가 업무 미이행 뒤 경위서 미제출, 2021년 여신심사역 보수교육 미이행 뒤 미자격 상태서 고객 상담·상당 보수 수령 등이 이유였다. A 씨는 징계가 과도하다며 회사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오히려 징계 기간 중 신협중앙회의 감봉 1개월 징계가 추가됐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사내 이사회는 감복 6개월에서 정직 6개월으로 더욱 강한 징계를 결정했다.
A 씨는 본인에게 내려진 징계가 부당하므로 해당 기간 미지급 임금 3001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임금 청구 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후 신협은 A 씨에게 대기 발령 조처를 내렸다. A 씨가 복직하게 되면 신협의 내부 자료와 정보를 취득해 소송에 활용하게 돼 신협에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노동위는 A 씨에 대한 처분은 부당 대기 발령이라고 판정했다. 노동위는 신협에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A 씨에 대한 대기 발령을 취소하고, 대기 발령 기간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신협은 노동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지난 11일 A 씨를 징계면직 처리했다.
A 씨는 보복성 징계면직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A 씨는 “신협 이사회가 징계면직 사유로 든 금융사고는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며, 이미 신협중앙회의 조사를 받은 후 손실 처리까지 다 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갑작스레 징계면직 결정을 내린 것은 보복성”이라고 말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사항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중앙회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 시 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임원 B 씨가 A 씨의 은행 계좌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열람한 것에 대해 신용정보의 이용·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B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