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말기 간 질환자도 생체 간 이식으로 생존율 상승
세브란스병원, 649명 추적 조사
“뇌사자 기다리기보다 안전해”
중증 말기 간 질환자가 공여자의 생체 간을 이식받으면 뇌사자 간 기증만 기다린 경우보다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덕기·이재근·주동진 교수, 임승혁 강사 연구팀은 2005~2021년 간 이식을 기다리는 중증 말기 간질환 환자 649명을 대상으로 1년 생존율과 거부반응 발생률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국제외과학저널’에 게재했다고 29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 중 생체 간 이식을 받기 위해 준비한 A군은 205명, 뇌사자 간 이식만 대기한 B군은 444명이었다. 이 중 실제 간 이식을 받은 환자 수는 A군이 187명(91.2%)으로, B군 177명(39.9%)보다 간 이식 비율이 배 이상 높았다.
1년 생존율을 보면 B군 가운데 뇌사자 간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들은 28.8%에 그쳤다. 10명 중 3명만 1년 뒤 생존한 것이다. 반면 A군 중 뇌사자 기증을 기다리지 않고 생체 간을 이식한 환자들은 1년 뒤 77.3%가 생존했다. 뇌사자 간 기증을 기다리는 것보다 생체 간을 이식받는 것이 생존율을 배 이상 높인다는 의미다.
생체 간 이식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이나 거부반응 발생률 등이 뇌사자 간을 이식했을 때와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생체 간 공여자들 또한 큰 합병증 없이 회복했다.
간 이식은 뇌사자의 간 또는 공여자의 간 일부를 기증받아 진행된다. 간 질환의 심각한 정도를 측정하는 멜드(MELD) 점수가 30점 이상인 말기 환자부터 뇌사자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다. 뇌사자 기증이 부족해 국내 간 이식의 70% 이상은 생체 간 이식이다.
그동안 중증 말기 간 질환자들은 뇌사자 간 이식만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 말기 질환자에게 생체 간 이식은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적극 권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증 말기 간 질환자가 뇌사자 간 기증 순서만 기다리는 것보다 생체 간 이식을 시도하면 간 이식의 기회가 커질 수 있고, 생존율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의 김덕기 교수는 “중증 말기 간질환 환자에서 생체 간 이식의 안전성을 밝혀냈다”며 “말기 간질환 환자도 생체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인한 만큼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식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