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에 푹 빠진 전세계, 대세는 K푸드
라면 수출 9년 연속 증가세
중국 축제 완판·미국 마트 입점
똠얌꿍 등으로 태국 현지화
한글 병기 등 한국 문화 각인
K팝 등 전세계적인 한류 문화 확산으로 한국 식품(K푸드)가 인기를 끌자 식품업계가 해외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특화된 신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현지 공장, 팝업스토어 등 생산량 증대와 브랜드 홍보 모두 주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성장이 두드러진 라면 업계의 활약이 눈에 띈다. 6일 관세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약 9억 52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기록했다. 라면 수출은 2015년부터 9년 연속 증가세다.
특히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 1929억 원과 146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31%, 62%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는 삼양식품이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인 지 6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불닭볶음면 등의 해외 매출이 늘어 호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은 지난해 3분기에 처음 2000억 원을 넘었다.
4분기의 경우 중국 최대 쇼핑 축제에서는 현지 경기 둔화에도 13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고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 입점을 마쳤다.
삼양은 올 초부터 일본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부회장 오는 14∼16일 일본 치바현에서 열리는 ‘도쿄 슈퍼마켓 트레이드쇼’(SMTS)를 찾아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고 대표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불닭볶음면을 개발해 삼양식품을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수출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의 호실적도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연간 매출을 전년대비 921% 증가한 3조 4173억 원, 영업이익은 104.10% 증가한 229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상품 신라면은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성장한 1조 210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농심은 지난해 말 ‘똠얌꿍’의 나라 태국에 ‘신라면 똠얌’과 ‘신라면볶음면 똠얌’을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의 글로벌 콜라보 첫 제품으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태국 유명셰프 ‘쩨파이’와 손 잡고 태국 대표요리 똠얌꿍을 신라면에 접목했다.
태국 라면시장은 약 7000억 원 규모로 주로 저가형 제품이 대부분인 가운데 농심은 미슐랭 출신 셰프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북미 지역에도 한국 라면의 인기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미국 2공장 생산라인 증설과 미국 3공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한편 CJ제일제당은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를 글로벌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새단장 한다. 영문 표기 옆에 한글을 함께 넣어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K푸드 불모지’로 여겨지는 서유럽과 무슬림 인구를 겨냥한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시장 개척 등을 목표로 한다. 또 기존에 비비고를 대표하던 비빔밥과 만두를 비롯해 치킨과 떡볶이, 붕어빵, 김밥 등 길거리 음식 메뉴도 확대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주요 국가뿐만 아니라 K푸드 미개척시장까지 비비고의 영향력을 확대해 한국 식문화를 전 세계 구석구석에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