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약사신협 임원 선거 편파 논란
특정 후보 전문성 지적한 이사장
“조합원 알 권리” vs “선거 개입”
공보물엔 후보 기호 굵기 달라
혼탁 선거에 선관위 비판 목소리
부산시약사신협 선거 공보물 중 1번과 2번의 굵기가 다르게 인쇄돼 있다. 독자 제공
부산시약사신협 임원 선거가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직 이사장과 임원 후보가 서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선거법까지 위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약사신협은 지난 17일 오후 6시 ‘2024년도 부산시약사신협 임원 선거’를 실시했다. 비상임 이사장·부이사장, 상임 이사 등 총 12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그러나 임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편파 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부산시약사신협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행한 선거 공보물에 특정 후보 기호가 두드러지게 굵게 인쇄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선관위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선관위 측은 글씨 굵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각 임원 후보자가 보낸 파일을 그대로 인쇄하면서 생긴 단순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부산시약사신협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글자 굵기가 후보마다 다른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그러나 단순히 글자 굵기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자 굵기가 단순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최근 임원 후보자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갈등의 발단이 된 것은 현 A 이사장이 부산시약사신협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글이다. A 이사장은 지난 8일 “단 한 번도 금융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대출 심사 기본이 되는 신협중앙회 여신심사역자격증조차 갖추지 못한 직원을 상임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등 상임이사 후보인 B 씨의 전문성을 지적하는 글을 다수 조합원이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A 이사장은 비슷한 취지의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이에 부산시약사신협 조합원은 A 이사장 행동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임원 선거에 출마한 C 씨는 “신협 정관에 따르면 조합 임직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이사장이란 직위를 유지한 채 여러 차례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A 이사장은 B 씨에 대한 글은 공익 목적으로 게재한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신협 정관 39조 등에 따르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후보자에 대한 지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 이사장은 “어떤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글을 올린 게 아닌 순수하게 조합원 알 권리 차원에서 B 후보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이라며 “상임 이사는 금융 전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중요한데, B 후보가 과연 해당 직무에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 결과 후보 기호가 굵게 인쇄된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특히 A 이사장이 집중해서 비판한 B 씨는 상임이사 단독 후보임에도 낙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해야 할 선거가 혼탁한 가운데 치뤄지자 선관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 관련 분쟁 조정 의무가 있는 선관위가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신시약사신협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투표장에서도 이번 선거를 두고 선관위가 제 기능을 했는지 비판하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부산시약사신협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신협중앙회를 통해 양측에 경고하거나 게시글을 지웠다”면서도 “여러 번 조처해도 서로를 공격하는 게 반복됐다”고 해명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