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치매 노인’, 도로에 누운 ‘취객’… 신속한 귀가 이끄는 ‘현장 지문 확인’
경찰 올 2월 ‘지문 확인 시스템’ 도입
치매 환자·취객 신원 현장서 바로 파악
보호자 인계 시간 등 예전보다 단축
지난 6일 오후 11시 31분 부산 동구 수정동 한 거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로에 누워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왼손 중지에 피를 흘리고 있던 그는 몸을 떨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는 술에 취한 노인을 치료하며 상태를 확인했다.
응급조치가 끝나자 경찰은 휴대용 기기에 노인 지문을 입력했다. 보호자 없이 홀로 사는 80대 A 씨라는 정보가 확인됐다. 주소를 확보한 경찰은 A 씨를 이날 오후 11시 45분에 집 안까지 데려갔다.
거리를 배회한 치매 노인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오전 8시 53분 동구 범일동 항만삼거리 일대. 경찰은 충장대로 중앙분리대에서 두리번거리는 노인을 발견했다. 그가 6차로를 무단횡단했다는 신고를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차를 멈춘 사이 노인이 길을 물어봤는데 말이 어눌해서 치매 환자 같았다”는 말을 듣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을 만난 노인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고 했다. 노인 지문을 휴대용 기기에 입력한 경찰은 남구에 사는 70대 치매 환자 B 씨라는 정보를 확보했다. 파출소로 이동한 B 씨는 이날 오전 9시 25분께 50대 딸에게 인계됐다.
경찰이 지난달 19일 전국 지구대·파출소 등에 도입한 ‘휴대용 신원확인 시스템’을 현장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처럼 관할 지역에 독거노인 비율이 높고, 부산역처럼 주취자 신고가 많은 지역 등에서 신원 파악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원 확인은 소형 지문 스캐너나 경찰 업무용 휴대전화로 현장에서 지문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치매 환자·장애인·주취자 등 구호 대상자 지문을 스캐너에 대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곧장 경찰청에 구축된 지문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로 이동해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장에서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빠르게 인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셈이다. 경찰은 신원 확인까지 필요한 시간이 30분~1시간에서 5~6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도움이 필요한데 지문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 인근 지구대와 파출소에 가면 등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2만 건에 가까운 치매 환자·장애인·주취자 신고를 접수했다. 분야별로는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실종 신고 658건 △치매 환자 실종 신고 1294건 △주취자 신고 1만 7900건이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