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주운전 예방 위해 수시적성검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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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남부운전면허시험장 단장

음주운전은 여전히 도로 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매일 술자리가 이어지고, 대리운전은 늦게 오고, 내일 중요한 일로 자동차를 사용해야만 하는 특별한 경우가 생긴다’는 이유로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번 음주운전을 하게 되고 단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음주운전자가 지금도 부산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경찰에 단속되는 음주운전 사범은 연간 5000명이 넘는다. 매일 15명 정도가 음주단속에 걸릴 정도로 음주운전은 부산의 심각한 사회적 병폐가 되어 버렸다.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은 운전자까지 감안한다면 부산의 도로는 음주운전자로 넘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 2023년 595건의 음주교통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9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음주는 운전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본인을 ‘어벤져스’로 인식하게 하는 경향까지 있다. 음주 어벤져스는 집중력과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본적인 구호 조치도 없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연결되는 이유다.

도로교통공단은 단속된 음주운전자에 대한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 부산에서는 1회 단속된 음주운전자 4524명, 2회 단속된 445명, 삼진아웃 단속된 41명이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았다. 교통안전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심리 상담사의 조언도 구한다.

‘운전’은 ‘음주’와 함께할 수 없다. 더 이상 음주운전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부산 시민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예방 교육을 넘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은 전문의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수시적성검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자가 제출한 전문의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교통전문가 등이 모여 운전 능력을 검증하고 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3년간 알코올 중독과 관련해 88명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됐으며, 이 중 운전에 부적합한 34명이 면허가 취소됐다.

최근 3년간 음주 3회 단속으로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은 대상자가 185명인데 반해, 같은 기간 내 알코올 관련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는 88명에 불과하다. 음주단속과 음주교통사고 건수에 대비하여 알코올 중독 수시적성검사 대상자가 지나치게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하거나 장기간 치료를 받는 때만 제한적으로 수시적성검사가 이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3회 이상 음주운전 단속 경력이 있는 운전자는 습관으로 굳어졌기에,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특별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알코올 중독 여부에 대한 전문의의 진료를 받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시적성검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소한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음주운전자에게는 치료를 받도록 하고, 환자로서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운전면허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도 부산의 도로에는 술을 마시고 단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에서는 조금 더 강력한 음주운전 예방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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