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의 신선식품 시장 공습… 국내 유통업계 ‘역차별’ 경고등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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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 기업관 'K베뉴' 첫선
자본력으로 파격 할인 공세도
CJ·농심 등 자사몰보다 저렴
대형마트 '신선식품' 전략 비상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기업관인 ‘K베뉴’(사진) 코너를 신설하고 국내산 가공식품과 신선식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CJ제일제당과 농심 등 국내 식품기업의 일부 품목을 자사몰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국내 유통채널 역차별과 중국계 자본의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격 할인에 역차별 논란까지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K베뉴는 지난 7일 첫선을 보여 주말 동안 파격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210g·24개) 제품은 기존 4만 4400원에서 1만 9800원으로 56%가량 싸게 판매했다. 이마트(2만 6970원), 롯데마트(2만 5900원)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지난 10일 세일이 종료된 후에도 일부 제품들은 시중보다 낮은 가격대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비비고 사골곰탕 18개(2만 2106원)는 CJ더마켓 가격(2만 5623원)보다 14% 저렴하다. CJ는 알리에 순살치킨부터 각종 즉석밥류, 포도씨유 등 주요 주력 상품들을 대거 입점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납품가격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알리 입점에 관심이 쏠린다. 2022년부터 CJ는 쿠팡 직매입 수수료율 문제로 로켓배송에서 빠진 상황이다. 유통가에서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CJ와 알리가 손을 잡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농심 역시 신라면 더레드(125gx32개) 제품을 알리에서 3만 2868원에 판매하고 있다. 자사 네이버브랜드몰(3만 4980원)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다. 특히 농심은 해외 수출용 컵라면이 국내 판매용보다 저렴한 반면 건더기 양이 많아 ‘내수 차별’ 아니냐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한 소비자는 “중국 자본에 한국 유통시장을 내주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며 “차라리 자사 몰을 키우지 왜 중국 사이트를 돈 벌게 해주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형마트 조직 개편 등 사활

이같은 거부감에도 중국계 유통자본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알리에는 CJ제일제당과 농심뿐 아니라 애경, 유한킴벌리, P&G에 이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다양한 분야의 소비재 제조사가 입점했다. 여기에 대상과 삼양식품, 풀무원 등이 입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에도 자금력을 앞세워 입점·판매 수수료와 마케팅 특전 등 각종 혜택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수수료 등 혜택을 제공하며 한국기업을 유치할 경우 국내산 제품이 중국산 초저가 상품처럼 팔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대형마트도 대응을 고심 중이다. 이커머스의 성장에도 ‘신선식품’의 강점을 앞세우던 대형마트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주요 대형마트는 조직을 재정비해 상품 매입 비용을 절감하는 등 일단 수익성 개선을 통한 신선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신선식품을 포함한 그로서리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식품과 비식품을 총괄하던 상품본부를 식품 중심의 그로서리본부로 일원화하고 비식품은 몰사업본부로 통합했다.

이마트는 이커머스에 견줄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뒀다. 지난 1월부터 월 단위로 ‘가격 파격’ 행사를 도입해 신선·가공식품이나 간편식을 정상가 대비 최대 50% 싸게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신선식품MD(상품기획) 담당 조직을 개편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이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절대 뺏기면 안 되는 영역으로, 이를 사수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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