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본부 리모델링… 산은법 개정 전 조직 개편 포석?
14억 규모 환경 개선 공사 진행
윤 대통령 발언 후속 조치 무게
"인력 보강·금융지원 확대" 지시
산은 "보수 차원" 확대해석 경계
KDB산업은행 부산본부가 최근 14억 원 규모의 사옥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이 법 개정에 막혀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본사 이전 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내라”는 주문에 따라 조직 개편 등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업은행 부산본부는 이날 공사업체 입찰을 마치고 건축·설비·전기·내부 장식 등의 항목으로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한다. 공사비 예산은 14억 4463만 원이다. 산업은행은 조달청 입찰 공고를 통해 공사 시한을 최대 4개월로 명시했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산업은행 부산본부 사옥은 1963년 지어진 10층 건물인데, 현재 산업은행은 1~5층과 8층 등 6개 층을 사용 중이다. 나머지 층은 임대를 통해 외주사가 입주해 있다. 6개 층에는 90명이 근무 중이다.
산업은행 부산본부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선 것을 두고 대통령 발언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동남권 본부의 기능과 인력을 보강해 부울경 지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산업은행법 개정 이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가 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산업은행 부산 이전 절차인 국회 법률 개정 전 사실상의 조직 개편을 지시한 것이다.
지난해 초 산업은행은 조직 개편을 통해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했다. 지역성장실, 해양금융실, 동남권 투자금융센터가 부산에 신설됐다. 해양금융실은 남구 문현동 BIFC에 둥지를 틀었고 지역성장실과 동남권 금융투자센터는 산업은행 부산 사옥에 사무 공간을 마련했다. 당시에도 조직 개편으로 직원 80여 명의 인사가 진행됐고 사무 공간 마련을 위해 부산본부 사옥 일부 리모델링이 이뤄지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리모델링에 대해 “건물 노후화에 따른 보수 공사이며 조직 개편 방향은 정해진 바가 없다”라는 입장으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대로 동남권 본부 기능, 인력 보강을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 확충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조직 개편과 함께 향후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확정 뒤 건물 활용을 위한 공사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부산본부 건물이 산업은행 소유인데 본사가 이전하더라도 산업은행이 부산본부 사옥을 매각하기보다는 자체 활용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산업은행 동남권 조직 확대를 콕 짚어 지정했지만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해 산업은행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속한 조직 개편과 후속 조치를 통해 본격적인 이전 전부터 산업은행 기능이 지역에 뿌리내린다면 추후 산업은행 이전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