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기초학력 향상, 현장서 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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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

기초학력 저하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교육의 핵심 화두이다. 딱히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SNS,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급격하게 학생들의 문해력과 집중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는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기초학력 저하는 그 영향이 단순히 학업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부적응과 국가 경쟁력 전반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그 누구보다 현장 교사들은 그 심각성을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나 흥미를 유발하고 어려운 내용을 더욱 쉽게 가르치기 위해, 학생들이 학습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농작물이 큰 피해 없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처럼 교사들도 학생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지식이 성장하길 기원하는 한마음으로 열심히 수업과 생활지도에 임한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지금 공부하는 부분 이해가 너무 잘돼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이 행복해지는 사람이 바로 교사다.

정부와 교육부, 각 지역교육청에서도 대다수 학생의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우선 진단평가와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 각 개인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여 맞춤형 대응 전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골자이며 일면 타당성도 있다.

그 좋은 의도와는 별개로 그러한 노력이 오히려 학교 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충실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부산의 여러 교사들은 개학하자마자 진단평가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치르기 위한 업무로 인해 수업과 생활지도에 충실해야 할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다.

특히 인쇄된 종이를 받아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해 온라인 평가를 진행하게 하는 것이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학교마다, 학년마다 다른 태블릿이나 노트북의 사양 점검, 네트워크 환경 점검, 서버 접속 불량 문제 등 평가의 기본 목적과 동떨어진 부분을 교사들이 맡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5개 과목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고, 이어 진단 평가도 치르느라 실질적인 수업시수 손실도 크다.

기초학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 대한 세밀한 고려 없이 일방적·행정적으로 부여되는 사업들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빼앗고 있다. 학교에 예산이 일괄적으로 내려오면, 실제 학생의 수요나 교사의 교육철학 등과 관계없이 교육청에서 정해준 방식으로만 어떻게든 예산을 소진해야 하는데, 이는 교사의 가장 본질 업무인 정규 수업과 생활지도에 충실할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바로 메워줄 수 있는 교육 전문가인 교사의 주체성을 간과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예산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수업이나 기타 여러 활동들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받을 때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진단도 중요하지만 학급에서 교육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며 방치되고 있는 과밀학급 문제는, 현재 과밀학급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의 가능성과 양질의 학습에 대한 욕구를 경시하는 것이다. 문제 행동에 대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신고로 돌아오는 사례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교실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예산을 투자해도 그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답은 늘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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