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할머니 살해 후 사고사 공모 혐의… 20대 남매 구속 기소
검찰 "지적장애 손자, 돌봄을 간섭으로 여겨"
기초생활수급비 등 마음대로 쓰려 범행 추정
설 연휴 할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남매(부산일보 2월 23일 자 10면 등 보도)가 나란히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할머니의 지나친 간섭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이들 남매가 할머니가 관리하던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해 살인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부장판사 송영인)는 19일 손자 A(24) 씨와 손녀 B(28) 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9일 부산에 있는 70대 친할머니 C 씨의 집에 설날 인사를 핑계로 찾아가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화장실 벽면에 여러 차례 내리치는 등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A 씨와 함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사고사로 위장해 없애 버리자”며 여러 차례 살인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C 씨는 2016년 2월 아들이 사망하자 지적장애 2급인 손자 A 씨의 생활 전반을 챙기며 장애인 연금과 월급,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등을 관리해 왔다. A 씨는 이런 할머니의 돌봄을 지나친 간섭으로 여겼고, B 씨는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것에 불만을 품게 됐다. 특히 B 씨는 할머니가 사망하면 재산을 혼자서 관리할 수 있다며 A 씨를 부추겨 살해 방법 등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줄곧 “C 씨로부터 폭행당해 방어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며 우발적인 단독 범행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피해자의 상처 부위와 현장 상황 등이 모순되는 점을 지적하자 결국 A 씨는 계획된 살인임을 실토했다. 이들은 살해 전부터 C 씨의 집 로드뷰 사진을 보며 사고사로 가장할 방법과 수사기관 대응 방안 등을 면밀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 직후 A 씨는 B 씨의 지시에 따라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했다. 이들은 할머니가 평소에 장애인이라며 A 씨를 무시하고 심한 욕을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C 씨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 속에서 홀로 근검절약하며 장애가 있던 A 씨를 위해 성실하게 재산을 관리해 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사전 계획 하에 할머니를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한 반인륜적 범행이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공소 유지로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