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전복 화물선 한국인 2명 사망 확인(종합)
부산 ‘거영 선호’ 생존 확인 1명
11명 선원 중 9명 사망·1명 실종
악천후에 구명보트 아무도 못 타
선장 마지막 문자 ‘여보 사랑해’
일본 시모노세키 앞바다에서 전복된 부산 선적 화물선(부산일보 3월 21일 자 12면 보도)에 탄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이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주황색 구명보트가 전개됐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 등 악천후로 누구도 탑승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 측은 “날씨가 나빠 다른 선박이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자 중 유일하게 생존한 인도네시아인 선원이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선박인 ‘거영 선(SUN)호’ 선박 회사인 거영해운 관계자는 21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본사 앞에서 “오늘 발견된 실종자가 한국인 선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인 기관장에 이어 선장까지 숨지자 유족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장은 배가 기운 후인 지난 20일 오전 7시 25분께 부인에게 ‘여보 사랑해’라는 마지막 SNS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선장 부인 A 씨는 “남편은 평소 선원들을 먼저 구출하고 자신은 책임자로서 마지막에 늦게 내리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며 “이런 일이 갑자기 올 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관장 동생인 B 씨는 숨진 형을 구조한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구조에 힘써 준 일본 해경과 사고 수습에 힘써 준 정부 관계자와 선사 직원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마지막까지 탈출을 위해 힘쓰다 선체에서 발견된 선장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7시 5분께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앞바다에서 870t 규모 화물선 거영 선호에서 “배가 기울고 있다”는 내용의 구조 요청 신고가 들어왔다. 일본 히메지항에서 울산으로 향하던 이 선박에는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8명, 중국인 1명 등 11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2명을 포함한 9명이 숨졌고, 나머지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구조자 중 인도네시아 선원 1명만 생존했다.
전복 당시 무쓰레섬 앞바다에 닻을 내렸던 거영 선호 옆에는 주황색 구명보트가 전개된 상태였다. 하지만 구명보트에는 아무도 탑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풍 등 악천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곳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22.7m였다. 폭풍 경보와 파랑 주의보 등이 발효된 상태였다.
선사 측은 “인근 선박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며 사고 당시 상황 설명에 나섰다. 거영해운 관계자는 “주변에 우리 선사 배가 운항 중이었는데 당시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기상 상태가 안 좋았다”며 “일본 측에서도 접근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출항 전에는 기상이 나쁘지 않았고, 과도한 화물이 실린 건 아니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선사 측은 “선박이 운항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출항해 보니 파도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섬과 섬 사이를 항해할 때는 직접 바다에 나가야 정확한 날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구로 함부로 되돌아오는 게 더 위험했기에 가까운 정박지로 갔다”고 했다.
선사 측에 따르면 일본 히메지항에서 출항한 거영 선호는 지난 20일 오전 2시께 무쓰레섬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선사 관계자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선장에게 ‘날씨가 계속 안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