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MLB 3경기 만에 첫 홈런…한국 선수로는 15번째
8회 우중간 가르는 마수걸이 홈런
3경기 연속 타점도 기록
김하성은 타석에선 침묵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한국 선수로는 15번째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에서 홈런을 때렸다.
이정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하이라이트는 8회였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근소하게 앞선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샌디에이고 왼손 불펜 톰 코스그로브의 시속 125㎞ 스위퍼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시속 168㎞로 124m를 날아가 우중간 외야 관중석에 안착했다.
이정후는 담담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돌았지만, 관중석에 앉아 아들이 MLB 첫 홈런을 치는 장면을 지켜 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는 크게 웃었다.
지난달 29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린 이정후는 30일에는 첫 멀티 히트(5타수 2안타 1타점)를 달성했고, 이날은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3경기 연속 안타와 타점 기록도 이어갔다.
올해 빅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3경기에서 12타수 4안타(타율 0.333), 1홈런, 4타점으로 순항 중이다.
이정후가 마수걸이 아치를 그리면서 MLB에서 홈런을 친 한국인은 15명으로 늘었다.
이정후는 경기 뒤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홈런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감은 나쁘지 않았고 직선 타구도 계속 나와서 공이 조금만 뜨면 홈런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톰 코스그로브에 대해 "생소한 유형의 투수였다"라면서 "그래도 한국에서도 볼 스피드만 차이 날 뿐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MLB에서 첫 홈런에 대한 상상도 해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홈구장에서 홈런을 치면 스플래시(공이 바다에 빠지는 것)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봤다"며 웃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는 우측 담장 너머에 바다가 있어 홈런 공이 바다에 들어가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는 "아직 뭔가 보여줬다는 생각은 안 하고,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깐 나왔다"며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이정후의 안타성 타구를 두 차례 걷어내는 등 '2023년 골드 글러브 수상자'다운 호수비를 펼쳤지만,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돌아섰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이고를 9-6으로 꺾고,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첫 경기를 치른 조던 힉스는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6탈삼진 호투로 선발승을 따냈다.
샌디에이고 이적 신고식을 치른 시즈는 4와 3분의 2이닝 2피안타 2볼넷 3실점(2자책) 6탈삼진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