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남부권 거점 넘어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부산연구원, 역할 재정립 제안
수도권 대응 전략으로는 한계
가덕신공항 중심 산업 집적화
해양 활용한 초광역 허브 돼야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서울 중심의 수도권 확장체제에서 벗어나 주요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2도시를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부산·울산·경남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울경이 단순히 수도권에 대응하는 남부권 거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세계 유수의 제2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해야한다는 것이다.
부산연구원은 1일 ‘대한민국 투톱 체제로의 전환, 부울경의 역할 재정립’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가 국가 간 경쟁 체제에서 도시 간 경쟁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이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서울 중심의 수도권 확장 정책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으로 촉발된 서울의 확장 정책으로 국토의 일극 체제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수도권 지역 출퇴근 30분 시대를 위해 수도권 GTX 구축에 38조 6000억 원이 투입되지만, 지방 투입 예산은 비수도권 통틀어 약 18조 원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도시 경쟁 주자에 서울만 남게 되며, 대내외적 여건 변화로 서울이 경쟁력을 잃으면 국가가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울경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고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광역 경제동맹을 발족하고, 69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 선정과 확정 자율성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부울경이 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 투톱 체제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산연구원은 지적했다. 특히 부울경의 비전을 ‘수도권 대응’에서 ‘글로벌 허브 선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부울경만의 특화 자원을 활용한 비전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연구원은 부울경이 수도권과 차별화된 해양자원을 활용해 항만·물류, 조선·자동차, 관광 등 해양 중심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광역 허브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도권이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의 글로벌 도시와 경쟁하는 동안 부울경은 상하이, 오사카, 로테르담처럼 물류와 해양·관광 중심지 역할을 하는 주요 국가의 제2 도시들과 경쟁해 글로벌 허브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가덕신공항을 중심으로 동북아 물류 허브를 조성하고, 부전역(부산), 태화강역(울산), 창원중앙역, 진주역(경남) 등 4대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주거, 문화, 관광, 쇼핑, 금융, 첨단산업 기능을 집적화해야 한다고 부산연구원은 제안했다.
하경준 연구위원은 “부울경이 제대로 된 초광역권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부울경 시도민의 강력한 연대감이 함께할 때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투톱 체제에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