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벚꽃 때문에…진해군항제 120만 명 줄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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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이른 시기 개막 ‘기상 예측 실패’
축제 후반부 벚꽃 만발, 10일 중 5일 비
“날씨 못 바꿔도, 날짜 바꿀 수 있어” 토로
시 “일주일 당겨 개막 시 후반에 휑할 수도”

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일대 벚꽃이 만개한 모습. 창원시 제공 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일대 벚꽃이 만개한 모습. 창원시 제공

전국을 넘어 세계인이 찾는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제’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올해는 무엇보다 날씨 예측에 실패하면서 벚꽃이 늦게 개화한 데다 축제 기간 중 절반에 걸쳐 비가 내리며 ‘흥행 실패’라는 혹평을 받는다.

창원시는 1일 제62회 진해군항제를 폐막했다고 밝혔다. 올해 군항제는 지난달 2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3일부터 4월 1일까지 열흘간 열렸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확산하면서 벚꽃 개화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돼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준비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4월 1일 열린 군항제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 지난해 3월 25일 다시 개최됐다.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에 개막일을 앞당긴 것이다. 기상청은 표준목이 80% 이상 꽃이 피면 ‘만발’한 것으로 보는데, 벚꽃 관측을 시작한 2015년부터 4년간 진해구 여좌천 일대는 3월 29~31일 만개했다. 이후 2019·2020년엔 26일, 2021년 23일, 2022년 31일, 2023년 27일 꽃망울을 터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올해도 기상청과 기상전문 IT 기업의 예보 등을 참고해 벚꽃이 빨리 개화할 것으로 예측, 1월 말께 축제 일정을 확정할 때 개막일을 당겨 잡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3월 중 꽃샘추위가 여러 차례 이어지면서 꽃봉오리가 맺힌 상태로 벚꽃 없이 축제를 시작하게 됐다. 벚꽃은 축제 후반부인 3월 29일에야 활짝 폈다. 여기에다 축제 기간 10일 중 5일 동안 비가 오면서 상춘객 발걸음은 더욱 뜸했다.

주말인 30~31일 상춘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나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올해 군항제 인파는 지난해 420만 명에 비해 120만 명(28.5%) 줄어든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휴대전화 기지국을 토대로 집계되는 빅데이터는 한 달 뒤 나올 예정이다. 시는 빅데이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군항제 개선점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의창구민 박재상(33) 씨는 “아이를 데리고 진해에 꽃구경 가려고 했으나 꽃이 덜 펴서, 비가 와서 미루다가 결국 못 갔다”며 “날씨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날짜는 바꿀 수 있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축제가 10일간 진행돼 주말이 2번 포함될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다”면서 “개막일을 늦추려면 일주일을 당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축제 중후반에 벚꽃이 이미 다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대 흩날린 벚꽃이 도로에 떨어진 모습.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대 흩날린 벚꽃이 도로에 떨어진 모습. 창원시 제공

시는 뒤늦게 흩날리는 벚꽃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당분간 진해를 찾을 것으로 보고, 오는 5일까지 여좌천과 경화역을 중심으로 안전요원과 임시 화장실 등을 배치해 편의를 제공한다.

진해는 100년이 넘은 건축물과 36만 그루의 벚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근대문화도시로, 제황산 공원의 모노레일을 타고 진해탑에 올라가면 연분홍색으로 물든 진해시가지와 벚꽃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벚꽃 명소로는 벚꽃 터널로 유명한 여좌천과 길게 뻗은 벚나무 아래 기찻길 산책로가 있는 경화역 공원 등이 있다.

홍남표 시장은 “포근한 봄기운과 함께 진해가 아름다운 연분홍빛 벚꽃으로 가득 물들었다”면서 “상춘객의 안전과 편안한 관람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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