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신 뽑아라? 경남 사천서 불법 현수막 50여 개 수거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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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조장·특정 후보 유추
총 50여 점 발견…모두 철거
경찰, CCTV 통해 용의자 특정

경남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특정 후보를 연상하게 하는 불법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경남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특정 후보를 연상하게 하는 불법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남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서 불법 현수막 수십여 개가 게시돼 철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선관위와 경찰은 특정 지역을 거론하며 출신 후보를 뽑아 달라는 내용을 담은 이 현수막의 출처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와 사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밤부터 지역 곳곳에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불법 현수막이 걸렸다. ‘00시민 00사람 유능한 00일꾼’, ‘우리가족은 00사람 선택했어요’ 등 지역명이 명시된 현수막은 아파트 앞이나 번화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등에 내걸렸다.

해당 선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민의힘 서천호, 무소속 최상화 후보 등 3명이 출마하는데, 각각 하동, 남해, 사천으로 출신지가 다르다. 현수막에 지역이 명시될 경우 특정 후보가 유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도 있다.

해당 현수막은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운전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교차로 등에 게시됐으며, 현재 50여 개가 철거됐다.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해당 현수막은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운전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교차로 등에 게시됐으며, 현재 50여 개가 철거됐다. 사천시선거관리위원회 제공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불법 현수막은 지금까지 총 50여 점이 발견됐으며, 모두 철거됐다. 선관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현수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인근 지역을 확인 중이다.

사천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독려 현수막이라고 해도 특정 후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현재 경찰과 공조해 단속과 철거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사천경찰서는 선관위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아 현수막을 누가 걸었는지 수사 중이다. 현재 현수막에는 게시 주최는 표시돼 있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했다. 현수막을 건 용의자를 특정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충북 충주시의원이 5일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투표독려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제공 국민의힘 소속 충북 충주시의원이 5일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투표독려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제공

한편 충북 충주시에서도 선거 현수막으로 인한 논란이 발생했다.

국민의힘 소속 현직 시의원 A 씨는 5일 한 교차로에 걸려 있던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 끈을 낫으로 잘라 철거했다. 현수막에는 ‘일찍 일찍 투표하삼’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A 씨는 ‘일찍일찍’이라는 단어가 1번을 찍으라는 말을 연상케 해 관할 기관에 철거를 요구했지만 철거하지 않아 직접 나섰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선관위 검토를 마치고 게시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으며, 경찰은 재물손괴 혐의로 A 씨를 내사 중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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