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세월 담긴 연극… 삶의 희로애락 녹아있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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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리 시대의 삽화’ 공연
27일까지 효로인디아트홀
육아,노동… 일상 속 애환 다뤄


'RE;PLAY 우리시대의 삽화' 중 단막극 ‘다리 위에서’ 공연 장면. 극단새벽 제공 'RE;PLAY 우리시대의 삽화' 중 단막극 ‘다리 위에서’ 공연 장면. 극단새벽 제공

한 남자가 세상에 모든 짐을 짊어진 듯 무거운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는 새로 산 구두를 고이 벗어둔 채 다리 난간 쪽으로 힘겹게 발길을 옮긴다. 굳은 얼굴을 하고 무엇인가 작심한 듯 난간 위로 올라서려던 그에게 한 노인이 접근한다. “사는 게 원래 고생인데, 고생스럽다고 죽어?” 노인은 남자에게 투박하게 말을 건네고는, 먹다 남은 막걸리와 소주가 담긴 비닐봉지를 풀어놓는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남자는 잠시 자리에 앉아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극단새벽의 ‘RE;PLAY 우리 시대의 삽화’ 공연은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연극이다. 희망을 잃은 청년이 삶의 문턱에서 노인을 만나는 이야기(‘다리 위에서’)를 포함해 독박육아에 시달리며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여성의 이야기(‘잠에서 깨어나기’), 상명하복식의 딱딱한 회사 분위기 속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친 회사원 이야기(‘회사생활’), 산업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비 오는 날의 선술집’) 등 4편의 단막극으로 구성됐다.

이 작품들은 1980년대 처음 선보여 최근까지 호평을 받는 작품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잘 녹아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사진으로 찍은 듯 선명하게 보여주면서도 맛을 살린 대사에 풍자·해학이 더해져 무겁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은 극단새벽은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RE;PLAY 우리 시대의 삽화’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 달부터 새 시리즈를 선보인다. 다음 달 16일부터 오는 7월 13일까지 진행되는 ‘2024 우리 시대의 삽화’ 공연은 극단새벽 단원들이 새롭게 창작한 단막극으로 구성됐다. 취업준비생 커플, 회사 인턴, 청소 노동자와 같이 최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반기에는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기반으로 한 기획공연 ‘1984 그 후’를 무대에 올린다.

극단새벽 변현주 대표는 “창단 40주년을 맞아 창단 멤버였던 고 윤명숙 배우를 기억하는 전시도 기획 중이다. 많은 관객분이 공연장을 찾아 40주년도 축하해주시고 공연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PLAY 우리시대의 삽화’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공연 시각은 매주 목,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다. 티켓 가격은 3만 원으로 10명 이상 단체관람 시 2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연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극단새벽(051-245-5919)으로 문의하면 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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