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활짝 폈는데… 불경기에 매출은 '시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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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화훼단지 손님 발길 줄어
코로나19 이후에도 침체 지속
고물가에 필수재 외 소비 줄여
화훼 거래량 전년대비 10%↓

식목일인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석대화훼단지를 찾은 시민들이 꽃 화분 구매를 위해 둘러보고 있다. 식목일인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석대화훼단지를 찾은 시민들이 꽃 화분 구매를 위해 둘러보고 있다.

“원래 이맘때 쯤이면 꽃 사러 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어야하는데, 요즘은 영 예전같지 않네요.”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구 석대화훼단지 농원들은 가게 앞에 꽃 화분을 내어놓고 손님 맞이에 나섰다. 형형색색 만발한 꽃에 이끌린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농원을 둘러만 보고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석대화훼단지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날씨가 풀리니 꽃 보러 오는 사람은 늘었는데, 정작 사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구 범일동 자유도매시장의 꽃도매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꽃시장은 3~5월이 가장 성수기인데, 지난달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매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졸업식 시즌에도 학교마다 졸업식이 제각각 열리면서 특수 없이 지나갔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이 회복되면 매출도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으나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특히 올해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고물가 상황은 화훼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과일값, 채솟값 등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필수재가 아닌 꽃에는 지갑을 열지 않게 된 것이다. 평소 매년 봄마다 꽃으로 집을 꾸미던 주부 정 모(38) 씨는 “지난해까지는 꽃시장에 가서 여러 꽃을 사와 집을 꾸몄는데, 올해는 식재료 값을 줄이기도 어려워서 저렴한 꽃 화분 하나만 들이고 말았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 악화도 악재로 작용했다. 신축 공사 현장 등 조경을 위해 묘목을 대량 입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등 여파로 착공조차 못하는 공사장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또 개업이나 리모델링 등이 활발할 때 꽃 수요가 늘어나는데, 경기 침체 상황에서 개업하는 곳 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꽃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부산 엄궁동 부산화훼공판장의 절화(꺾은 꽃) 거래량은 132만 4926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7만 9007단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수요가 줄었지만 공급도 줄어들면서 꽃 가격도 낮아지지 않는 모양새다. 꽃을 재배하는 데 들어가는 난방비 등의 비용이 올라간 데다, 수입꽃 등의 여파로 화훼농가의 재배 면적도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까지 부산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절화 한 단별 평균 금액은 5456원으로, 지난해 동기 4985원에 비해 약 9% 높았다.

부산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안호 씨는 “전체적으로 화훼뿐 아니라 모든 물가가 일반 국민이 감당할 수준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물가를 잡아주지 않는 한 어려운 여건을 벗어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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