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대파’ 정권심판론이 이슈 다 덮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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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 배경

여권 잇단 자책골로 심판론 부각
민생경제 악화도 여당 패배 자초
민주 계파 갈등도 심판론에 묻혀
민주당 영남권선 부진한 성적표
수도권 논란 후보들 악재로 작용
문 전 대통령 지지 방문 역효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직자와 악수하고 있다(왼쪽). 이날 오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직자와 악수하고 있다(왼쪽). 이날 오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데 대해 ‘정권 심판론’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공천 갈등’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여권이 잇따라 ‘자책골’을 넣으면서 심판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수 침체와 고물가 등 경제 상황 악화가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1석,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14석 등 총 175석을 확보했다. 21대 총선의 180석(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에 비해 5석이 줄었지만 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혁신당 12석과 진보당 1석, 새로운미래 1석을 합하면 범진보 진영은 189석으로 21대 총선(민주당 180석, 열린민주당 3석, 정의당 6석)과 정확히 일치한다. 민주당은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102석을 차지했고 ‘중원’인 충청권에서도 28석 중 21석을 확보했다. ‘텃밭’인 호남과 제주에서는 ‘싹쓸이’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민심의 풍향계’인 수도권과 충청에서 대승을 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있다. 민주당이 총선 시작부터 제시한 심판론은 특히 수도권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여권은 ‘의대 정원 확대’ 등 갈등 사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비명 횡사’ 논란으로 공천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지만 이 역시 ‘심판론’으로 극복했다. 이번 총선의 과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고 이를 위해 계파 갈등은 접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심판론에 힘이 실리면서 민주당의 당 지지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다수 당선될 수 있었다.

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사과, 대파 가격 등 물가 문제를 집중 부각시킨 것도 승리 요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선거는 대파 선거”라며 윤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을 집중 비판했다. 진보 진영에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마음 속에 대파를 품고 투표했다”면서 “대파 혁명”을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물가 등 민생경제 악화가 여당 패배의 핵심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승리로 향후 4년간 국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범진보 진영이 ‘패스트트랙 저지선’을 돌파하면서 주요 법안의 강행 처리도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할 수는 없는 의석이어서 여야 갈등 구도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확보했지만 부산에서 의석을 잃는 등 영남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이번 총선의 오점으로 지적된다. 민주당은 부산 의석이 1석으로 줄어 2008년 18대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영남권에서의 민주당 부진에 대해선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의 ‘편법 대출’ 논란 등 수도권 후보들이 일으킨 논란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있다. 논란 후보에 대해선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거셌지만 당무를 총괄 위임받은 이재명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의 ‘양지’에 출마한 논란 후보들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전국 접전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경합’으로 분류됐던 부산의 모든 지역구에서 패했다.

부산에서는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지지 방문’도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이 민주당의 전략 지역으로 부각되면서 보수층의 위기감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대표와 조 대표, 문 전 대통령이 지지 방문에 나섰던 부산의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전재수 의원의 경우 철저하게 ‘나홀로 선거’ 전략을 펴면서 중앙당 관계자들의 지지 방문을 거부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이나 ‘산업은행 이전 논란’도 부산 참패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부산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산은 이전 논란이 결국 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대표의 헬기 서울 이송도 부산 민심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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