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지역·원내외 파열음… 국힘 총선 참패에도 ‘갈팡질팡’
수습 방안 찾지 못한 채 대립 양상
윤재옥 중심 관리형 비대위 비판
수도권·비주류 혁신형 체제 주장
5선 윤상현 ‘영남 2선 후퇴론’ 제기
차기 당권 레이스 놓고 경쟁 치열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선거 열흘이 지나도록 수습 방안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선거 패인과 대응책을 두고 계파 간, 지역 간, 원내외 간 이견이 중첩되면서 좀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원적인 배경에 차기 당권 경쟁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파열음이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국민의힘은 선거 직후 중진 당선인 간담회, 당선인 총회를 통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임시 지도부가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신속하게 전당대회를 준비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당내 수도권·비주류 그룹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당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들 중 일부는 전당대회를 개최하지 말고 ‘혁신형 상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윤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낙선자들과 간담회 후 “원외 위원장 중에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하는 분이 많았다. 당선인 총회에서는 ‘실무형 비대위’를 하자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며 비대위 성격을 두고 유보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윤 권한대행은 오는 22일 재소집한 당선인 총회에서 차기 지도체제 구성 및 당 쇄신 방향에 다시 한번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양측의 이견이 커 결론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선자가 밀집한 영남권과 수도권에 많은 낙선자 그룹 사이의 파열음도 심상찮다. 지난 16일 처음 만난 당선인들이 웃으며 서로 ‘생환’을 자축한 장면을 두고 수도권 낙선자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같은 당 맞느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당선자들 사이에서는 “선거 뒤 처음 만나 ‘고생했다’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을 꼭 그렇게 봐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일부 당선자들이 ‘21대 총선 지역구 의석수(84석)보다 6석은 더 이겼다’라거나 ‘전국 득표율로는 5.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등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낙선자들은 “정신 승리”라며 조소를 보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차기 당권 레이스의 향배와 관련이 깊다. 이와 관련,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당이 영남 중심이다 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 못 하는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당원 분들이 우리 당 지도부, 국회의원, 핵심에 있는 사람들을 ‘폭파’시켜야할 때”라고 ‘영남 2선 후퇴론’을 제기했다. 수도권 5선의 윤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함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대구시장 출신의 권영진(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페이스북에서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을 지킨 영남 역할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비주류는 차기 당 대표 경선 룰과 관련,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대폭 반영하자는 주장을 내놓았고,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지난해 자신들이 주도한 ‘당원투표 100%’ 경선 룰을 고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총선 참패 이후 당내 지형 변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심판론’을 자초한 대통령실과 친윤 주류의 구심력 자체는 약화됐지만, 선거 이후 원내에서 친윤계의 수적 우위는 더 커진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당이 흡사 무정부 상태에 빠진 모습이라는 비판마저 나오는 이유다. 당 관계자는 “선거 패인 진단도 제대로 못 했는데, 너무 빨리 당권 경쟁으로 이슈가 넘어간 측면이 있다”며 “주류나 비주류, 수도권이나 영남 양측 모두 낮은 자세로 좀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